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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52> '쌀 배달 봉사'로 母子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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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52> '쌀 배달 봉사'로 母子인연

입력
2009.05.0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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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드셨어요? 귀찮으시더라도 꼬박꼬박 챙겨 드셔야 해요. 어이구 냉장고에 반찬이 별로 없네요."

"약이야 먹지. 그래도 이 늙은이가 나이가 얼마인데. 약만으로 다 낫겠어. 반찬은 윗집 주인이 이것저것 많이 챙겨줘. 혼자 사는데 뭘 얼마나 먹는다고."

꼬치꼬치 따지고 티격태격 하는 게 영락없이 엄마와 아들 사이다. 두 사람의 대화에 정이 물씬 풍기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실제 대화의 주인공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임판근(95) 할머니와 택시기사 임범식(67)씨이다.

모자(母子) 같은 두 사람의 첫 만남은 5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ㆍ기아차가 사회복지 공익단체 '모듬살이연대'와 손 잡고 혼자 사는 노인,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등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사랑의 쌀을 전달하기로 뜻을 모았고, 임씨가 속한 택시 운전자 모임 '서울모범자연합회'가 동참했다.

든든한 후원자(현대ㆍ기아차)와 살림꾼(모듬살이연대), 그리고 현장 일꾼(택시기사) 등 3자가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쌀 배달 봉사에 나선 것이다. 봉사 대상은 1,000명에서 시작해 지금은 1,200명을 넘는다.

강은희 현대ㆍ기아차 과장(사회복지 담당)은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혼자 어렵게 사는 노인들이 늘고 있어, 이들을 돌보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며 "봉사 대상자 10명 중 9명은 혼자 사는 노인"이라고 설명했다.

쌀 나눔 봉사대 기사들이 담당 지역의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해 후보자를 추천 받고 직접 가서 도움이 필요한 지를 눈으로 확인한 다음 모듬살이연대에 추천하면 대상자를 최종 선정한다.

임 할머니도 이런 과정을 통해 택시기사 임씨와 인연을 맺게 됐다. 임 할머니는 전남 장성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나, 아들과 남편을 사고 등으로 잇달아 잃고 1950년대 홀로 서울에 올라왔다. 식당 주방일, 파출부, 청소부 등 허드렛일로 어렵사리 생계를 이어갔지만,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해 진 뒤로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30년 전부터 서울 강북구 미아 6동에서 살다 5년 전 수유동 반 지하 단칸방으로 이사해 30만원 남짓의 기초노령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동네 노인들이 모이는 경로당에도 거의 가지 않는다. "다른 노인네들은 자식들헌테 용돈 타서 맛있는 것도 시켜 먹는데, 나야 돈이 없으니 같이 어울리기도 뭐 혀…."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의 임씨가 임 할머니를 돕게 된 계기는 돌아가신 어머니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버스, 택시 등 운전 일을 해온 임씨는 아들 하나, 딸 둘을 결혼시키고 손자, 손녀까지 둔 할아버지다. 2002년 구순을 눈 앞에 둔 어머니(당시 89세)를 여읜 뒤 그간 어머니께 못다한 효도를 실천해 보자는 바람에서 쌀 나눔 봉사대 활동을 시작했다

봉사대는 원래 한 달에 한 번 꼴로 쌀을 전해드리지만, 임씨는 임 할머니 댁을 수시로 찾아간다. "일 하다가도 할머니가 전화해 '나 죽겄어' 하면 찾아 뵙지요. 워낙 연로하셔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 지 알 수 없으니, 자주 찾아 뵐 수밖에요." 임씨는 전화도 자주 한다. 식사는 제대로 했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등이 항상 궁금하기 때문이다.

4년 전 겨울에는 "너무 춥다"는 할머니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달려갔더니, 보일러가 고장 나 얼음장같이 차가운 방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임씨는 즉시 주민자치센터로 달려가 "비용을 부담할 테니 빨리 좀 수리해 달라"고 요청해 하루 만에 수리를 끝낼 수 있었다.

수리비는 임씨의 정성에 감탄한 주민자체단체가 부담했다고 한다. "아들이 생긴 뒤로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나를 여기저기서 많이 도와줘. 몸은 불편해도 외롭지 않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러." 할머니가 대견한 듯 임씨의 손을 따뜻이 감싸 쥐었다.

임 할머니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날이 있다. 임씨의 차를 타고 경로 잔치에 다녀 올 때다. "우리 아들이 운전을 아주 잘 혀. 씽씽 달리는 차를 타면 기분이 붕붕 뜨는 것 같어." 마치 지금 차를 타고 달리고 있는 양 활짝 웃는 모습이 딱 수줍은 소녀의 얼굴이다.

임씨도 덩달아 기분이 좋은 지 장단을 맞춘다. "최근에 경로 잔치에서 경품 추첨을 했는데 전기장판이며 이불이며 이것저것 선물을 많이 받으셨어요. 싱글벙글 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어찌나 기분이 좋았던지…."

임씨가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일터로 돌아가려 하자, 못내 아쉬운 듯 할머니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든다. 그러면서 화장대 서랍에서 하얀 쪽지를 꺼내 임씨에게 건넨다. 집 주인이 임씨의 전화번호를 적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뜻인 모양이다.

"나 언제 죽을지 모르니깐 죽거들랑 쌀 그만 갖고 오라고 전화하려나 봐.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갖다 줘야지."

"아이고 할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고우신데. 그리고 저도 아직 힘이 쌩쌩하잖아요. 뭘 그리 걱정하세요."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 현대·기아차의 사회공헌 활동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은 2004년 '함께 움직이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지난해 4월에는 사회책임경영을 선포, 본격적인'나눔 경영'에 나섰다.

이에 따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 주요 5개 계열사에는 '사회책임위원회'가 각각 설치됐다. 그룹차원 뿐만 아니라 계열사에서도 각각의 전문성을 살린, 개성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사회책임경영 발표로 사회공헌활동의 체계적인 로드맵을 마련한 현대ㆍ기아차는 '이지무브(Easy Move)', '세이프무브(Safe Move)', '해피무브(Happy Move)', '그린무브(Green Move)' 등 다양한 이름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지무브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한 사업.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교통체계 및 이동수단 등을 조사해 한국형 교통약자 이동편의 시스템과 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동에 차별과 불편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이지무브 차량 개발도 이 사업의 일환이다.

세이프무브는 교통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사업. 안전생활실천연대와 함께 2004년부터 전국 유치원 및 보육시설, 장애아동시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펼쳐 지난해 말 현재 8만4,000여명의 어린이들이 체험 형식의 안전교육을 받았다. 교통사고 피해자 의료비 지원, 교통사고 유자녀 장학금 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해피무브는 사회의 행복지수를 끌어 올리기 위한 이웃사랑 캠페인. 택시기사 임범식씨가 참여하고 있는 사랑의 쌀 나누기가 대표적인 예다.

2003년부터 매년 12월을 '사회봉사주간'으로 정해 임직원과 그 가족으로 구성된 가족봉사단, 청년봉사단 등 다양한 봉사동아리가 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매년 100억원 수준의 이웃돕기성금과 생필품을 사회복지단체에 지원한다.

글로벌 기업답게 현대ㆍ기아차의 봉사 활동 무대는 국내와 한국인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깨끗한 환경을 보존하고 복원하기 위한 그린무브가 대표적인 글로벌 사업이다. 작년부터 중국 정부와 함께 네이멍구 차깐노르 지역을 대상으로 사막화 예방 사업을 시작했다. 2012년까지 서울 여의도의 15배 면적에 초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밖에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14만명의 의료 복지 향상을 위해 한국이주노동자건강협회와 희년의료공제회를 후원하고 있고, 아프리카 최빈국 에리아트리아에서도 보건의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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