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이나 폐교를 통해 부실 사립대학을 퇴출하는 대학 구조조정 작업이 시작됐다. 어제 첫 회의를 연 대학선진화위원회는 6월 초까지 부실 대학 판정 평가기준을 심의한 뒤, 실사를 거쳐 11월에 퇴출 대상 사립대학을 최종 결정키로 했다. 정원도 못 채우는 부실 대학을 신속히 선별해 고등교육 전반의 동반 부실 위험을 제거하려는 의도다.
대학 정원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미충원 인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체 사립대학의 42%인 124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학생수 감소는 재정 악화로 이어져 지방 사립대학들은 존립마저 위협 받고 있다.
입시철만 되면 교수들이 사재를 털어 학생 유치에 나서고, 입학 후에는 학생이 떠날까 두려워 학사 관리를 엄격하게 하지 못하고 졸업철에는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게 지방 사립대학의 현실이다. 게다가 일부는 재단 비리로 인한 분규로 정상적 학사 운영이 이뤄지지 않는 등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사립 대학과 재단이 자초한 상황이다. 경쟁력 없는 학과를 과감히 없애지 못한 채 정부의 재정 지원에 기대 교육의 공급 과잉 구조를 고착화시켰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도 사립대학들의 조직적 반발에 밀려 번번이 구조조정의 칼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한 채 상황을 악화시킨 책임이 크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대학선진화위원회의 출범은 정부가 사립대학 구조조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투명하고도 공정한 기준과 엄격한 실사로 반발을 최소화하되,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대학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교과부가 검토 중인 사립대학 법인의 일반 공익법인 전환, 사립대학 설립자의 출연금 보전 등 특혜 시비 가능성이 있거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정책 수단은 긍ㆍ부정적 효과를 면밀히 살펴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존의 대학 지원 정책을 재검토해 지방 사립대학이 실질적 자생 역량을 갖추게 하는 정책 대안도 함께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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