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 경색이 풀리면서 국내 은행들이 잇따라 외화 차입에 성공하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60% 이상을 상환해야 했던 지난해 10월에 비하면 완전히 바뀐 풍경이다.
국민은행은 7일 지난해 4분기 이후 아시아지역에서 처음으로 10억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5년 만기, 발행금리 7.25%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행은 지난해 4분기 이래 아시아지역의 상업은행 중에서는 정부보증 없이 자체 신용으로 이뤄진 첫 사례다. 청약과정에서 발행액의 6배에 이르는 60억달러의 주문이 몰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고 국민은행은 전했다.
주로 유럽에서 활성화된 자금조달 방법인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모기지담보유동화증권(MBS)과 비슷하지만 발행 은행이 해당 자산을 계속 보유하고 대출 채권도 은행 장부에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 다르다. 커버드본드 투자자들은 발행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담보 자산에 대한 우선 변제권을 보장 받는다.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도 7일 기자 간담회에서 "조만간 해외 MBS 발행을 통해 5억달러 가량을 조달할 예정"이라면서 "모든 은행의 외화 조달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외환은행도 최근 8,000만유로(1억600만 달러 상당)의 외화자금을 들여왔으며, 기업은행도 지난달 5년 만기 채권을 발행, 10억달러를 조달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C제일과 한국씨티를 제외한 국내 16개 은행의 만기 1년 미만 대외채무(익일물 제외)의 만기 연장률은 4월 기준 110.8%로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대부분 단기 채권의 만기 연장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만기 1년 미만 대외채무의 연장률은 지난해 7월 106.4%에서 10월 39.9%까지 추락했다가 12월 60.7%, 올해 1월 92.6%, 3월 100.6%로 크게 개선됐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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