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들은 대상 평론집을 열 권에서 여섯 권으로, 여섯 권에서 다시 세 권으로 좁혀 가면서 한 권 한 권의 책들에 대해서, 그 책을 지은 사람의 시각과 방법, 그리고 그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들에 대해서까지 오랜 시간 논의에 논의를 거듭했다.
미적 판단 바로 직전에 머무르며 작가와 같은 쪽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던가? 평론이 비판이 아니라 사랑이 된다는 것이 나쁠 것은 전혀 없으리라.
심사위원들은 어지러운 개념을 동반한 열거주의와 언제나 정의에서 시작하는 원론주의의 폐단이 사라진 것은 좋은 일이라는 데 합의하였고 비평의 가치는 대상 속에 어느 정도로 침잠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데에도 합의하였다.
그렇게 볼 때 거의 모든 평론집이 문장과 시각에 결함이 없었으나 작품 속에 가라앉는 능력과 한 시대의 문학을 포괄하는 능력에서는 편차가 있었다.
현실은 무한하고 개념은 유한하다. 이론은 개념이고 문학은 비개념이다. 이 두 문장을 어떻게 확장하는가에 따라서 비평의 방향이 결정된다. 오래 숙고한 후에 심사위원들은 이론들을 폭넓게 포섭하되 균형을 잃지 않고 작품들을 분류하고 안배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점에서 김미현의 <젠더 프리즘> 이 올해의 수상작으로 적합하다는 결정을 전원일치로 내렸다. 젠더>
종래의 여성주의 비평은 여성의 관점을 강조하다가 전체성을 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 이 비평집에는 부정성과 전체성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었다. 김미현은 남자에 대항하여 투쟁하지 않고 역사적 현재에 대항하여 투쟁한다.
남자들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자연스럽고 생동하는 문장으로 현재를 긍정하는 모든 공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김미현은 부정의 이름으로 다른 미래를 표명한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여성주의 비평가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그렇게 결정한 심사위원들을 행복하게 하였다.
심사위원= 유종호, 김병익, 김치수, 김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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