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78개 나라에 500개가 넘는 호텔체인을 보유한 힐튼 인터내셔널은 연료비용 절감을 위해 시간대 별로 석유, 가스 사용량을 분석했다. 결론은 '오전과 저녁에 쓰는 양이 많다'는 것. 힐튼측은 즉시 전문기업에 의뢰해 연료를 많이 쓰는 시간에만 보일러가 집중적으로 돌고 나머지 시간에는 덜 도는 '선택과 집중'형 보일러를 개발했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위치한 힐튼호텔은 이 기술로 난방비와 온수비 4만 파운드(9,000만원)를 줄였다. 힐튼 측은 왓포드와 런던 힐튼을 비롯해 전 세계 지점에 이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불황타개를 위한 비용절감 노력에는 국내ㆍ국외기업이 따로 없다. 한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묘안을 찾느라 모든 기업이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21세기형 비용절감법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무조건 깎고, 무조건 줄이는 식의 고루한 '허리띠 졸라매기'는 배제하는 분위기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자'는 식의 낡은 절감법은 구성원들의 희생과 사기저하를 동반하기 때문에, 비용만큼 생산성도 같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이젠 기업들의 절약법도 이젠 '진화'하고 있다. 지출내역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생산성과 효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바꾸는 '똑똑한 절약법'찾기가 한창이다. 바야흐로 '지능화된 자린고비' '과학화된 자린고비'기업만이 이 불황에서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전 세계 15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패션 브랜드 폴 스미스는 전체 매출의 60%를 해외에서 얻을 만큼 국외판매 비중이 높고 포장 비용도 그 만큼 많이 든다. 이 회사는 공급 체인 망과 포장 비용을 분석해서 포장 비용을 38% 줄이는데 성공했다.
세계적 PC 기업 도시바는 제품들이 전 세계 300개 현지 법인들이 여러 운송 회사를 이용해서 낭비되는 비용이 많다는 점을 파악하고 해외 운송 관련 조례, 수출입 관련 세금 분석 등을 통해 물류 시스템을 재정비 운송 비용을 40% 깎았다.
비용절감은 기업만의 고민은 아니다. 영국 리치몬드대학엔 전 세계 100개 넘는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로 인해, 국제전화이용이 많다. 학교측은 국제전화망이 여러 통신 회사(2개)와 회선 공급 회사(5개)로 쪼개져 있어 낭비요인이 많다는 점에 착안, 공급 회사와 회선 수 축소를 통해 통신비를 21% 절감했다. 아울러 기숙사와 학교건물의 청소용역회사, 구내식당업체, 거래은행도 재정비해서 지난해 4억4,000만원을 아꼈다.
국내 기업에도 '신(新)자린고비'바람이 불고 있다. 프린터제작업체인 한국오키시스템즈는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시스템 도입으로 절약의 재미를 보고 있다. MS오피스처럼 업무처리용 프로그램을 모든 컴퓨터마다 일일이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업들과 인터넷만 연결되면 함께 공유해서 쓸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가구원료를 만드는 동화기업은 나무에 박힌 못 때문에 한 번 쓰고 버리는 폐목재가 많다는 점에 주목, 폐목재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나무에서 못을 자동으로 말끔하게 뽑아내는 '그린팩토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폐목재 재활용을 35%에서 90%까지 끌어올렸고 연간 1,164억원의 원목 수입 대체 효과를 얻는 동시에 폐목재 소각 비용도 754억원이나 줄였다.
종합 물류회사 용마로지스는 문서를 전자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매달 6만3,000여 장을 넘는 종이를 줄였다. 태평양제약도 중복되는 출력문서를 줄여 월 평균 8%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동차, 선박 등 산업용 디젤 엔진 오일팬의 재질을 비싼 알루미늄 대신 플라스틱으로 바꿔 연간 220억원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비용절감 전문 컨설팅회사 ERA코리아의 김관종 이사는 "많은 기업이 인력감축으로 불황을 이겨보려 하지만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무작정 허리 띠 졸라매기 식 비용 절감 역시 1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새 기술을 개발하거나 시스템을 바꿔야만 지속적 비용절감과 생산성제고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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