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에서 급부상한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벽이 여럿 있다. 그 중 하나가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다.
6일부터 미국 방문 일정에 들어간 박 전 대표는 '김 원내대표론'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다만 여러 경로를 통해 부정적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출국 직전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자는 얘기가 주류측에서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서 미소만 지을 뿐 답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소이부답(笑而不答)은 곧 부정(否定)"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측근은 이날 "박 전 대표가 김 원내대표론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미국에서 있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박 의원들 대다수도 부정적이다. 왜 그런가. 박 전 대표측은 우선 김 원내대표론을 제안하고 몰아가는 주류측의 방법과 절차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당 화합이 목적이라면 우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에 교감이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친박 원내대표가 됐든, 친박 장관이 됐든 얘기가 나와야 한다"며 "친박 인사에게 원내대표를 맡기고 이를 미끼로 박 전 대표를 끌어내겠다는 생각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친박 의원도 "당 화합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흉금을 터놓고 풀어야 할 문제지 당직 하나 떼준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부정적 기류의 바닥엔 불신도 깔려 있다. 김 원내대표론이 충정에서가 아니라 친박 진영을 옭아매려는 주류측 노림수에서 나왔다는 의구심을 상당수 친박 인사들이 갖고 있는 것이다. 한 친박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론은 친이에게는 꽃놀이패지만, 친박에게는 자칫 독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 본인도 아직은 신중하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것도 없다.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측 관계자도 "국민이 재보선을 통해 드러낸 민심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화합하라는 것이지 누구 누구에 당직을 주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김 의원도 박 전 대표와 충분히 상의해 자신의 진로를 설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박 전 대표가 고개를 가로 젓는데도 김 의원이 주류측의 제의를 수용, 원내대표를 맡는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 친박 진영으로선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현재로선 전무해 보인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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