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나 논술 등 점수를 기준으로 한 선발은 지양하겠다."(이기수 고려대 총장), "(학생 선발과정에서)수능과 학교생활기록부는 여전히 중요하다."(김한중 연세대 총장)
사학을 대표하는 연세대와 고려대 총장이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으로 열린 관훈포럼에 자리를 같이 했으나, 대입 전형과 대학 재정 확충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뚜렷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총장 2년차'를 맞은 이들이 공식 석상에서 함께 현안을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특히 이 총장의 경우 대입 3불(不) 정책의 하나인 기여입학제를 2012년 이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대입 완전 자율화가 이뤄질 경우 당장 시행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장은 "건물을 건립한다든지 학교 발전에 공헌한 집안의 자녀에 한해 수학능력이 검증되면 입학시키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 고려대는 '비점수', 연세대는 '점수'
이 총장은 지난해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빚어진 외국어고 출신 우대 논란을 의식한 듯 발언의 많은 부분을 입시에 할애하면서 시종 '입시 정상화'를 강조했다.
이 총장은 "수능 논술 등 점수로 한줄 세우기를 해 학생을 뽑는 기존 입시에서 과감히 벗어나겠다"고 전제하고 "학교 생활(내신 성적)과 숨어있는 재능,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고 등 특목고와 강남 8학군 출신 수험생 등에게 이른바 '고교등급제'를 적용해왔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던 고려대 입시에 적지 않은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이 같은 '입시혁신'의 방법을 묻는 질문에 "입학사정관제를 활성화하면 점수 위주의 입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사 평가(내신)를 토대로 수험생들의 학교활동, 행동발달, 잠재능력 등을 과학적으로 비교해 뽑겠다는 것이다.
이 총장이 '비(非) 점수' 에 입시제도 개선의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김 총장은 당분간 점수를 배제한 입학전형은 어렵다고 못을 박았다. 김 총장은 "(수능이 주축이 된) 현행 입시안은 시간을 두고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내년 연세대 입시에서도 정시모집은 수능 비중이 여전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입학사정관제 또한 "수능 점수와 내신 성적 등으로 정원의 2배수를 뽑은 뒤 입학사정관이 최종 합격자를 선발토록 하겠다"고 말해 전형의 최대 요소는 '점수'에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 "약대 설립 공동 추진" 한 목소리
입시 분야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였던 양 대학 총장은 '약대 신설 공동 추진'이라는 깜짝 카드를 함께 꺼냈다. 이 총장은 "연세대와 함께 약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약대를 만들어 생명과학-의학-약학이 서로 연결되는 '바이오메디컬' 학문 분야를 새로 탄생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측은 안암캠퍼스에 이르면 2001학년도부터 4년 과정의 약대를 신설하는 문제를 교과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도 약대 신설을 적극적으로 검토중임이 확인됐다.
김 총장은 "약대는 생명과학 분야를 고려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며 "송도캠퍼스에 신설을 고려하고 있으며, 고려대와 함께 추진하면 정부 인가를 받기가 한결 수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약대의 약학전문대학원(학부 2년+ 대학원 4년) 체제 개편이 임박한데다, 기존 약대 측의 반발이 변수다.
한편 김 총장은 이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일종의 '등록금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립대지원육성법'(가칭) 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총장은 "국가가 사립대 교직원 임금을 보조하는 내용의 법률이 만들어지면 등록금 인하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김 총장은 "그렇게 하려면 세수 등 재정확보가 필수적인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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