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고리대부업자에게 돈을 빌렸던 채무자 3명이 협박에 못 이겨 잇따라 자살하자 경찰이 이 대부업자에 대해 자살교사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충남 공주경찰서는 6일 대부업자 A(56)씨에 대해 자살교사 및 대부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부하직원 B(36)씨 등 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06년 초 최모(51ㆍ여)씨에게 연 120%(법정이율 상한은 연 49%)의 이율로 200만원을 빌려준 뒤 최씨가 이를 갚지 못하자 폭행하고 협박해 최씨가 같은 해 7월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도록 한 혐의다. 최씨는 당시 유서에 "갚아도 끝이 없는 사채, 내가 죽어야 가족이 산다. 죽어서도 사채업자를 용서할 수 없다"고 적었다.
경찰은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A씨 등으로부터 2004년 11월 500만원을 빌렸던 김모(53)씨도 이듬해 2월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맸으며, 황모(54)씨도 2007년 1월 5,000만원을 빌렸다가 같은 해 7월 한 공원에서 목매 자살한 사실을 밝혀냈다.
김씨의 경우 자신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 목숨을 끊었고, 황씨는 숨지기 전 주위 사람들에게 "빚 때문에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씨에게서 돈을 빌린 다른 채무자들도 "딸자식 밤길 조심하라고 해라", "돈 못 갚아 시달리기 싫으면 차라리 약 먹고 죽어라"는 등의 협박과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조사 결과 A씨 등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기 어려운 영세상인과 주부 등 157명에게 3억여원을 빌려준 뒤 연리 120%의 고리를 적용, 모두 1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유서와 가족의 증언 등 주변 정황으로 볼 때 A씨의 고리대부와 협박이 이들을 자살까지 몰고 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공주=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