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현지시간 7일 주식시장 폐장후)를 앞두고,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미국 내 '빅3'급 은행들이 대규모 자본확충을 요구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들 대형은행의 경우 보충해야 할 자본규모도 수십억~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경기하강이나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을 받았을 때 금융회사가 잠재적 부실을 감당할 정도로 충분한 자본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
6일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미국 1~4위 대형은행 중 씨티그룹과 웰스파고, BoA 등이 자본확충 요구를 받을 것이며, 특히 BoA는 무려 340억달러의 대규모 자본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BoA는 80억달러 규모의 중국건설은행 지분을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씨티그룹의 추가 확충 규모가 50억~1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스트레스 테스트의 최종결과는 미 재무부의 발표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시장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우선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평가로 시장악재는 종결될 것이며, 결국은 '미국 금융시장이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개 대형은행 중 10개가 자본확충 요구를 받을 것으로 보도하면서, 당초 15개 가량이 자본확충 요구를 받을 것이라던 예상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임을 예고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5일 의회에서 "금융시장 경색이 재발하면 경제 회복 전망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은 19개 은행들이 정부의 추가지원 없이도 신규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테스트에 사용된 시나리오가 너무 안이하기 때문에,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더라도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됐다고 생각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이번 테스트 결과 미국 대형은행들이 예상보다 더 큰 규모로 자본확충을 요구 받는다 하더라도 실제 금융회사들의 상태에 비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이번 테스트가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실업률은 7.9%이지만 이미 올해 1분기 실업률은 8.1%에 달했으며, 올해 안에 10.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테스트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발표를 앞두고 국내 금융시장도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상승 출발해 오전 중 1,400선까지 올랐지만 BoA의 자본확충 규모가 보도되자 외국인들이 선물 매도에 나섰고,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터지면서 전날보다 4.47포인트 내린 1,393.45에 마감했다.
최근 급락을 거듭해 온 원ㆍ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9.5원이나 하락한 1,263원에 개장했지만 BoA 관련 보도 후 반전되며 오히려 4.5원 오른 1,277원에 마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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