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바이오관련 테마주가 폭등하고 있다. 알앤엘바이오 같은 곳은 지난해말 대비 주가가 10배(수익률 1,000%)를 훌쩍 뛰어넘었다. 우수한 기술력이 높은 수익률을 담보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국내외 녹색정책이 강력엔진을 달아준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화려한 간판 뒤에 숨겨진 초라한 기술력과 허술한 재무상태를 눈 여겨봐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이유가 있다. 1961년 설립한 성체줄기세포 개발업체 알앤엘바이오는 2007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100억원대. 지난해 수익도 고작 2억원에 불과하다. 실적이 볼품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한 증권사 제약담당 연구원은 "기업 홍보동영상에서 휠체어를 타고있던 환자가 갑자기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모습이 담겨있기까지 하다"며 "자체적인 임의데이터로 보여줄 뿐 공증된 자료나 기업탐방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는 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시장의 혹독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알앤엘바이오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의 줄기세포연구 승인발표 등의 호재와 이에 대한 기대심리가 주가를 띄우고 있다는 건 너무 흔한 답. 실제 이유는 따로 있는 걸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자금이 단기에 몰리는 것을 이용해 차익실현을 노리는 '머니 게임'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관이나 외국인 매수세가 아닌 개인 투자자들이 소위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거래대금이나 거래량도 다른 업체들에 비해 변동폭이 높은 편.
실제 알앤엘바이오를 비롯한 조아제약 이노셀 제넥셀 등 일부 바이오업체는 이미 투자경고 및 주의항목으로 선정됐다. 가급적 투자를 삼가라는 얘기다.
그래도 바이오 업종에 투자하고 싶다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셀트리온. 변동성이 큰 신약생산이 아닌 기존 의약품을 복제생산하고 있다. 신지원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16년 약 50여개의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면 복제의약품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2007년 국내 최초 항체치료제를 성공적으로 발매한 이수앱지스도 유망하다. 탄탄한 매출액을 기록한 메디톡스와 코오롱생명과학, 높은 기술력이 밑받침되는 바이로메드 크리스탈 등도 추천대상에 올랐다.
정보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업체들은 기술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요 연구진, 연구개발(R&D)투자 능력 등을 따져봐야 하고 글로벌시장 규격을 잘 맞추고 있는지, 재무적인 부담은 없는지 여부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자전거
이쯤 되면 '과속'이란 말도 무색해진다. 자력(自力)으로 움직이는 자전거에 엔진(정부정책)뿐 아니라 날개(기대감)까지 얹은 형국이다. 시중에 풀린 돈(유동성)의 힘이 브레이크까지 뽑았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5월 증시의 선두테마는 단연 자전거. 자전거생산업체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레져는 6일까지 이틀째 상한가를 달렸다. 자전거생산업체(디엠)를 최근 인수한 에이모션과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극동유화도 이틀연속 상한가다.
이도 모자라 시장은 자전거와 관련된 종목 찾기에 안달이 난 분위기다. 자전거 신소재 생산업체(화인텍)는 물론이고 자전거에 들어가는 마그네슘 광산소유업체(3노드디지탈)의 주가도 튀어 오르고 있다. 게다가 전기자전거의 부품을 만드는 업체들도 '자전거 열풍'에 슬그머니 합류하고 있다.
최근 급등은 정부의 강력한 자전거산업 육성의지 덕이다. ▦"5년 안에 세계 자전거 3대 국가로 올라설 것"(이명박 대통령) ▦자전거산업 활성화 대책(지식경제부) 등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너무 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자전거관련 종목은 올 초 녹색뉴딜 등 비슷한 정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수직 상승했다.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레져는 올들어 200%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적자(참좋은레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삼천리자전거) 등 실적은 신통치 않은데 시가총액은 각 1,000억원, 2,000억원에 육박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이 때문에 기대가 실적을 앞지른 현 장세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산업발달엔 도움이 될지 모르나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원래 폭등하는 주가는 끝이 더욱 화려해보이다가 순식간에 주저앉는 법"이라고 말했다.
적은 시장규모 및 저가 자전거업체의 도전도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봉원길 대신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유동성이 너무 좋아 과열 기간은 좀더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자전거시장은 2,000억원도 안 되는 규모라 성장을 한다 해도 각 업체가 과실을 따먹을지는 미지수"라며 "지금 시점에서 투자는 안 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저가 자전거를 생산하는 중국업체 등이 너무 많아 국내 업체가 독보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전거생산업체보다는 차라리 자전거 인프라업체를 눈여겨보라는 의견도 있다. 전 연구원은 "생산업체는 실적과 주가의 괴리가 너무 큰 반면 극동유화는 그나마 실적대비 가격이 설명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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