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개인 주택의 욕실 보급이 늘어나면서 동네목욕탕이 차츰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지역 주민들이 목욕탕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 서부인 무사시노(武藏野)시 기치죠지(吉祥寺)의 '벤텐유(弁天湯)'. 올해로 개업 63년을 맞는 이 동네목욕탕에서는 7일 저녁 록 밴드 공연이 열린다.
이곳에서 '목욕탕 록' 공연이 시작된 것은 2005년 10월. 주민들의 교류와 정보교환 장소로 지역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어온 목욕탕의 부활을 꿈꾸며 기성의 대중 음악가들을 불러 매달 1차례 정도로 10회 공연을 가졌다가(사진) 3년 휴지기를 거쳐 이번에 다시 부활했다.
도쿄의 주택지역인 세타가야(世田谷)구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세타가야 목욕탕 카페' 행사를 지역 내 동네목욕탕 '하치만유(八幡湯)'에서 열고 있다. 휴업일을 빌려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목욕탕 아저씨들'이라는 동네 민요그룹의 공연, 건강체조 시범, 창작연극 등을 선보여 주민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다.
일본에서 '센토(錢湯)'라고 부르는 공중목욕탕은 예로부터 주민들의 중요한 사교 장소였다. 한국의 조선 중ㆍ후기에 해당하는 에도(江戶)시대에는 1층을 목욕탕으로 쓰고 2층을 휴게실로 만들어 목욕을 마친 사람들이 바둑이나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전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욕실을 설치하는 가정이 늘어나 1970년대 이후 동네목욕탕은 급감했다. 일본 목욕탕 업계에 따르면 공중목욕탕 숫자는 1968년에 1만7,642곳을 최고로 감소해 지난해 3월 말 현재는 전성기의 4분의 1 수준인 4,343곳에 불과하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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