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넷북 시장에서 토종과 수입산 간의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하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 등 저전력 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장착한 넷북은 인터넷 검색 등의 간단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설계된 미니 노트북이다. 넷북은 저렴한 가격에 휴대하기가 편해, PC 시장에선 새로운 블루오션(미개척 신시장)으로 주목 받고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포함한 올해 전체 PC시장은 전년대비 11.9% 줄어든 2억5,700만대에 이르고, 같은 기간 노트북 시장은 넷북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년에 비해 9% 늘어난 1억5,5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업계에서도 넷북 내수 시장 규모를 2008년 약 10만대에서 올해는 5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국내 주요 이동통신 업체들이 조만간 각 대리점에서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등의 네트워크 기능을 탑재한 넷북을 휴대폰처럼 보조금 지원과 함께 저렴한 가격에 유통시킬 계획이라, 시장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산업계, "중ㆍ저가 모델로 주도권 확보"
지난해 하반기 국내 PC시장에서 '넷북'이란 제품을 들고 나온 기업은 대만의 아수스와 MSI, 델 등 외산 업체들. 이들 업체가 40만~50만원대의 보급형 가격대로 내놓았던 넷북 출시 초창기 제품들은 재고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모바일 인터넷 사용에 큰 불편 없는 사양의 중ㆍ저가로 제작된 아담한 크기의 넷북은 불황기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수요를 형성하며 급성장하고있다.
최근 후발주자로 뛰어든 국내 토종 PC업체들의 다양한 신제품 공세에 밀려 성장세가 한풀 꺾인 양상이지만, 외산 업체들은 넷북 시장의 '원조'답게 저가이면서 훌륭한 성능을 갖춘 전략제품으로 토종 업체들과 맞서고있다.
MSI 관계자는 "기존 출시 모델에서 그래픽 카드나 CPU 등 핵심 기능들을 업그레이드 한 제품을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하겠다"며 "특히 중ㆍ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종업계, "프리미엄 전략으로 내수시장 점령"
토종업계는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외산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유통망과 애프터서비스(AS), 브랜드 파워 등을 앞세운다면 이 같은 전략 수행에 차질은 없을 것이란 계산이다.
지난해 말 중ㆍ저가 모델을 출시한 삼성전자와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PC업체들은 최근 세련된 디자인에 최고급 사양을 갖춘 80만~100만원대 고가의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섰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삼성전자는 약 5만대, LG전자는 2만7,000만대, 삼보컴퓨터는 1만대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같은 기간 외산 업체인 아수스는 1만4,000대, MSI는 1만대 등의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국내 넷북 시장이 이제 막 형성된 만큼 외산과 토종업계 어느 한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졌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박 현 푸르덴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디자인과 인지도 등에서 강점을 가진 국산 업체들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불황이 계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기능만을 보강시켜 저렴한 가격 제품 출시를 고집하는 외산 업계의 전략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