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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산업 디자이너' 앙드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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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산업 디자이너' 앙드레 김

입력
2009.05.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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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은 본능적인 꿈과 소망" "생활 속 디자이너"라는 말을 스스로 서슴없이 했다. '앙드레 김' 하면 몇 가지 떠오르는 이미지들, 이를테면 스타들의 패션으로만 끝나 대중과는 거리가 먼 '판타스틱'한 의상, 웃음의 소재가 된 그의 언행과는 맞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란제리, 골프복, 넥타이, 양말 같은 의류는 말할 것도 없고 안경, 우산, 도자기에서 침대 이불, 에어컨, 냉장고, 신용카드, 영화티켓, 자전거까지. 알게 모르게 그의 디자인은 우리의 생활 속 가까이에, 그리고 폭 넓게 들어와 있다.

▦왜 앙드레 김인가. 이에 대한 본인의 분석은 명쾌하다. "디자이너에게는 브랜드화가 가능한 이미지가 중요하다. 나의 패션 이미지는 음악, 미술, 건축, 조각 등 종합예술의 세계에서 나오는 동ㆍ서양의 고전적 지성과 우아함과 신비감이다. 그것을 대중적으로 끌고 가자. 디자인의 지나친 대중화보다 지나친 신비주의가 더 나쁘다." 자신감도 있었다. 자부심과 품격을 중시하고 아름다움을 동경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우리나라 중산층의 마음 속에도 앙드레 김 디자인을 소비하려는 욕구가 분명 있다고 보았다.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산업디자인으로 그는 패션의 불황을 극복했다. 마음 먹고 해외에서 패션 쇼를 열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얻었다. 그렇다고 '돈'만 보고 디자인을 주지는 않는다. 이 또한 그가 강조하는 '이미지' 때문이다. '대중 속의 앙드레 김'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선(善)이어야 한다. 자전거는 환경오염을 막고, 에너지도 절약하고, 건강에 좋기 때문에 시각적 아름다움을 실어주었다. 도자기는 소중한 우리 문화를 되살리고 알리는 데 도움이 돼 기꺼이 선택했다. 반면 담배와 사금융은 사람을 아프게 하는 유해한 것이어서 고수익 보장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을 거절했다.

▦올해로 디자이너 인생 47년. 그는 어디까지 가고 싶은 걸까. 건축, 인테리어를 지나 돌, 연못, 나무, 폭포로 창조하는 주택 조경디자인이다. 패션 디자이너라고 의상만 알아서는 안 되며, 그렇다고 쉽게 자기를 버려서도 안 되며, 새로운 영역으로 가기 위한 패션(passion)을 가져야 한다는 그 욕심과 고집과 열정이 74세의 그를 뛰어난 산업디자이너, 원소스멀티유즈 콘텐츠 개발자로 만들었다. 그에겐 젊고 늙음도, 어디서 공부했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달라진 것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그의 혀를 굴린 첫 마디는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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