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올라 죽어. 저 실한 그물 좀 봐." 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어장으로 꽃게잡이를 나선 10톱급 어선 '광미 8호' 안광훈(50) 선장은 수 백 m 북쪽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고기잡이를 하는 중국 어선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 어선이 더욱 문제되는 것은 어족 자원을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물을 끌고 다니면서 바닥을 훑는 '쌍끌이' 혹은 '외끌이' 저인망 어선이다. 국내에서 저인망 조업은 불법이다. 김광춘 연평도 어촌계장은 "수시로 우리 영해까지 침범하면서 물고기 씨를 말리고 있는데 정부는 왜 못 막고 있느냐"며 가슴을 쳤다.
지난 2월 초 북한의 해안포 사격훈련 등 남북 경색 여파로 연평도, 백령도 등 서해 5도 해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중국 어선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 연평도 어촌계 등에 따르면 짙은 안개로 우리 꽃게잡이 어선들이 출항하지 못한 5일 NLL 인근 해상에서 조업을 한 중국 어선은 50여척에 달했다.
지난달 말부터 매일 10여척씩 모습을 보이더니 이달 초부터는 40척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분위기 정탐 후 '해도 별 일 없겠거니' 안심이 됐는지 너도나도 연평도 인근으로 몰려드는 형국이다.
중국 배들이 연평도 인근 NLL 바다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어족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뭍으로 치면 비무장지대처럼 사람 손을 타지 않아 '노다지'라는 게 연평도 어민들의 설명이다.
정부의 감시와 혹시 남북한 무력충돌의 단초가 될까 무서워 '노다지'를 앞에 두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우리 어민들 눈에는 중국 저인망 어선들이 '날강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 어선이 NLL을 침범하면 농림수산식품부 어업지도선, 해경ㆍ해군의 경비정 등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반복 침범하면 고발 당할 수도 있다. 김광춘 어촌계장은 "가뜩이나 꽃게 어획량이 지난해의 3분의 1로 줄어 중국 배들이 더 얄밉다"고 말했다.
해경, 해군은 꽃게잡이 철이 시작된 지난달부터 경계를 강화했다. 특히 해경은 지난달 10일 연평도에 해경 특공대를 전진 배치, 4일 올해 처음으로 NLL을 침범해 불법조업한 중국 어선 1척을 나포했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선적 20톤급 랴오둥위(遼東漁)호로, 역시 저인망 어선이었다. 이들은 한국 영해를 2.2km 침범, 연평도 북동방 4.1km 해상에서 불법조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은 이 어선이 잡은 광어, 꽃게 등 90kg을 압수하고 선장과 선원 등 7명에게 불법조업 경위를 캐묻고 있다.
해경과 해군의 경계 강화에도 어민들은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 중 나포되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검거에 나서면 바로 NLL 북쪽으로 도망가버리기 일쑤여서 잡아들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중국 어선의 줄타기 조업이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한 어민은 "도망가다가 걸려도 벌금(담보금) 3,000만원만 내면 풀려난다"면서 "처벌을 더 강화해 중국 어선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허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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