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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차 "세계 車지도 다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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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차 "세계 車지도 다시 그린다"

입력
2009.05.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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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의 완성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를 위협하고 있는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모기업인 포르쉐마저 집어 삼킬 태세다. 폴크스바겐은 최근 자사 지분 50.8%를 보유한 모기업 포르쉐의 역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포르쉐가 지난해 3월 폴크스바겐 지분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과 주력인 고급 스포츠카 판매 부진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계 완성차 업체들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이었던 미국의 '빅3'와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계 브랜드들이 고전하는 사이, 폴크스바겐, 피아트 등 유럽계 브랜드들이 선두권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이미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폭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77년 동안 왕좌를 지켜왔던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몰아낸 도요타를 바짝 뒤쫓고 있을 정도다. 폴크스바겐의 올해 1분기(1~3월) 자동차 판매량은 139만대로, 도요타와의 격차를 36만대로 줄였다.

불과 1년 전 84만대 수준이었던 격차를 크게 좁힌 것이다. 최근 미국 CNBC 등 해외 언론들은 폴크스바겐의 실적 개선을 주목, 지난해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1위를 지키고 있는 도요타를 조만간 제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폴크스바겐의 질주에 제동을 걸만한 후보로는 역시 같은 대륙에 위치한 이탈리아의 국민차 브랜드 피아트가 꼽힌다. 피아트는 지난 주 미국 크라이슬러와 제휴를 발표하며 세계 자동차 업계의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불과 5년 전 파산 위기에 몰렸던 이탈리아의 작은 자동차업체 피아트가 미국 '빅3'의 몰락을 틈타 '자동차 공룡'을 꿈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세계 판매 10위에 그쳤던 피아트는 GM의 자회사인 GM유럽의 '오펠' 브랜드 등의 인수, 그리고 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통해 세계 2위 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GM의 남미와 중국, 러시아 사업부문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와 GM유럽을 인수, 거대 업체로 탈바꿈할 경우 연 매출은 1,063억달러(800억유로), 생산대수는 600만~700만대에 달해 유럽 1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폴크스바겐과 피아트의 부상은 현대ㆍ기아차에게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폴크스바겐과 피아트가 그간 현대ㆍ기아차가 강점을 보여온 소형차에 주력해온 탓이다. 피아트의 합병이 완성될 경우 독일 폴크스바겐, 일본 도요타와 혼다, 한국의 현대ㆍ기아차로 삼분됐던 세계 소형차 시장에 피아트 까지 가세, 더욱 치열한 혼전 양상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북미시장에서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등에 업고 경쟁력을 회복한다면 현대ㆍ기아차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최대 신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시장에서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폴크스바겐과 피아트의 경우 중ㆍ소형차 시장에서 주력 모델이 겹치는 만큼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며 "중국을 비롯한 남미, 러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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