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입시의 화두는 자유전공학부와 특성화 학과의 신설이었다. 각 대학이 법대 폐지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원으로 생긴 간판 학과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애쓴 결과다. 실제 이들 학과는 수시2학기 및 정시모집에서 기존 학과들에 비해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학교의 기대치를 어느 정도 충족했다.
최근 특성화 강화,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을 뼈대로 한 각 대학의 2010학년도 대입 전형안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주요 대학의 2009학년도 학생 모집 결과를 토대로 올해 입시를 전망해 본다.
■ 자유전공학부 반짝 인기?
지난해 자유전공학부는 경영ㆍ사회과학ㆍ생명과학계열 등 전통적으로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인기 학과보다 높은 지원 경쟁률을 기록했다. 법대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면서 로스쿨, 의ㆍ치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둔 상위권 수험생들이 자유전공학부를 대안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대학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파격적인 혜택들을 내걸며 신입생 유치에 열을 올렸다. 입학할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입학 후 전공 탐색을 통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각종 장학금을 부여하고, 법학ㆍ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준비과정을 개설한 대학들도 많았다.
그 결과 서울대 인문계열 자유전공학부(5.93대 1)는 경영대(4.3대 1)나 사회과학계열(3.57대 1)보다 경쟁률이 높았으며, 자연계열(4.12대 1)도 생명과학부(3.77대 1), 화학부(3.16대 1) 등에 비해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하지만 자유전공학부의 실제 커트라인은 높게 형성되지 않았다.
연세대는 정시모집에서 자유전공학부의 수능우선선발 최저 합격점수가 277.74점(표준점수 400점 기준)으로 인문계 11개 모집단위 중 5위에 그쳤고, 고려대도 하위권인 13위(모집단위 14개)로 떨어졌다.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자유전공학부의 합격선이 예상보다 낮은 이유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탓이다. 자유전공학부에 쏠린 사회적 관심을 반영해 소신ㆍ배짱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작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신설 학과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지원을 망설였다는 것이다.
■ 교대, 특성화 학과 "맑음"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직업 안정성이 높은 교육대와 의학계열의 지원 경쟁률이 오른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교대는 최근 몇 년간 경쟁률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모집인원 감소와 경제난이 맞물리면서 경쟁률이 소폭 상승했다.
부산교대는 2008학년도(2.08대 1)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4.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서울교대도 2.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전년도(1.9대1) 수치를 뛰어 넘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수험생들의 교직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교대 지망자는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소신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합격선도 다소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학계열도 지방대 의대를 중심으로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는 분위기다. 의대는 최근 주요 대학들이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면서 2007~2008년 모집 경쟁률이 뚜렷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2009학년도에는 인제대 의예과('다'군)가 2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 계명대 의대(11.4대 1), 순천향대 의예과(13.78대 1) 등이 두 자릿수 경쟁률을 회복하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반면 각 대학이 장학금 지급, 취업 및 유학 기회 제공 등을 내걸며 간판 학과로 키우고 있는 특성화 학과들은 일반학과와 경쟁률 격차가 크지 않았다.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인문ㆍ자연 공통)의 경우 경쟁률이 2.14대 1에 그쳤고, 한양대 정책과학대('가'군)도 경영대 등 기존 상위권 학과보다 낮은 4.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런 결과는 이들 학과의 교육 과정과 목표가 명확해 지원자격에 제한이 있고, 신설학과인 만큼 수험생들이 쉽게 도전하기를 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경쟁률만 놓고 특성화학과의 성패를 가늠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도 있다.
낮은 경쟁률과 달리 합격 커트라인은 상당히 높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등 일부 신설학과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 등을 애초에 높게 설정해 수능 최상위권 수험생이 대거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법대나 의대의 대안으로 경쟁력 강화와 우수 학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학들의 신설학과 개설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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