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대학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대입 입학사정관제의 절차와 전형요소 등을 제시한 기준안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입학사정관제의 안정적 정착 및 공정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들이 공통으로 지켜야 할 예시안을 만들었다고 5일 밝혔다. 각 대학은 대교협이 정한 최소한의 전형절차와 요소 등을 준수한 뒤에야 모집단위별로 차별화된 선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선 입학사정관 전형은 '사전공지→서류심사→심층면접 및 토론→최종선발' 등 총 4단계로 운영된다. 대학들은 사전공지 단계를 통해 전형 취지나 지원자격, 선발기준 등 기본적인 안내자료를 수험생에게 미리 제공해야 한다.
서류심사에서는 지원자격, 학교생활기록부 및 자기소개서, 추천서, 수능성적 등을 심사하고, 수험생의 잠재력, 창의성, 소질 등의 평가는 심층면접ㆍ토론에서 담당한다.
대학들이 심사기준에 반영해야 할 세부 전형요소로는 사고력, 표현력, 흥미, 태도 등 학생의 특성과 대학의 건학이념 또는 학과 특성에 부합하는지 여부, 가정환경, 교육과정 등이 제시됐다.
대교협은 또 수험생 편의를 위해 매년 입시가 시작되기 전 대학별 입학사정관제 실시계획을 취합한 뒤 입학사정관제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입학사정관제 실시 대학에 대규모 정부 예산(2009년 236억원)이 지원되는 점을 감안, 해당 대학들의 운영실태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직무관련 연수제도를 마련하는 등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을 높일 시스템도 구축키로 했다.
이와 함께 대학별로 입학사정관 윤리규정(강령)을 제정토록하고, 입학전형관리위원회나 자체 감사위원회 등 내부 통제체제를 갖춰 선발기준에 대한 적합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교협이 서둘러 입학사정관제 단속에 나선 것은 이 제도가 이명박 정부 입시 개혁의 핵심 모델임에도 선발기준과 절차가 모호해 '무늬만 입학사정관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서울 강남 학원가를 중심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비한 고액 컨설팅이 성행하는 등 사교육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전형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해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대교협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입학사정관제의 역할과 기본적인 내용을 열거한 수준이어서 평가기준의 공정성을 담보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전형에서 탈락한 학생, 학부모를 납득시킬 만한 결과 공개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교협 관계자는 "대학별로 추구하는 인재상이 다르고 활용하는 정보도 제각각이어서 고정적인 전형절차를 규정하기는 어렵다"며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전 J고 이모(43) 교사는 "대입 업무를 관장하는 대교협이 대학들의 준비없는 입학사정관제에 제동을 건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 정도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