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다가오고있다. 최근 증시에서 '1,400'이란 숫자는 3색 갈림길이었다. 추세 상승이냐(낙관론), 조정이냐(중립론), 급락이냐(비관론)를 놓고 벌어진 동상이몽 논쟁의 단서는 이제 3포인트도 안 남은 상태(4일 현재 코스피지수 1,397.92).
결과는 미지수지만 힘의 균형은 이미 깨졌다. 상승쪽에 무게추가 완연히 쏠린 것. 대다수 증권사가 추가 상승에 패를 걸었고, 지난해 내내 우위를 점했던 비관론자도 슬쩍 지수 하단을 높이고 있다. 다들 시중에 풀린 돈(유동성)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낙관),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중립), 이종우 HMC투자증권 센터장(비관)이 제시하는 3가지 증시 시나리오를 숫자로 풀어본다. 전망은 각기 다른데, 다들 지금이 투자시점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왜 그럴까.
1,610!(김 센터장)
권토중래, 지난해 주가폭락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가 입을 열었다. 사견임을 전제했던 예전과 달리 공식 입장이라며 "3분기까지 추세 상승, 목표는 1,610"을 제시했다. 근거로는 실물경제 지표 및 기업 실적의 개선을 들었다.
그는 "기업 실적은 지난해 4분기에 최악을 찍었고, 산업활동동향 경기선행지수 등 국내 지표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의 소비 지표도 좋아지고 있다"며 "경제가 좋아지는 시작 단계라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은 미미하고 계속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풍부한 유동성이 휘발유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그러나 투자는 말렸다. 그는 "연초였다면 적극적으로 사라고 권했겠지만 지금은 올라갈 때마다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4분기와 내년 1분기가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달 '유동성 랠리'의 주역이었던 개인 투자자의 고객예탁금보다는 펀드 환매 여부를 유심히 관찰하라는 조언도 했다.
1,400+α(김 연구원)
시장의 대세는 최소한 1,400보다는 더 간다는 것이다. 유동성 랠리에 대한 믿음도 굳건하다. 다만 주체가 바뀌었다. 개인 투자자의 유동성을 가늠하는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15일 정점(16조원)을 찍은 뒤 하락추세다. 이후 매수 공백은 외국인이 메우고 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이 특정 종목이 아니라 지수 전반 또는 업종 대표주를 골고루 사는 걸 봐선 최근은 외국인에 의한 유동성 장세"라고 풀이했다. 한국이 경기회복이 가장 빠른 국가로 회자되고, 지난해 무더기로 팔아치운 탓(33조원)에 손 놓고 있다간 자칫 펀드 수익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다급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 고로 외국인 유동성 장세는 조금 더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400이 오면 비중을 줄이라"는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대한 주가) 부담으로 인해 탄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비슷한 의견의 전문가 대부분 역시 밸류에이션 문제를 언급했다.
반면 시중자금의 이동, 외국인의 매수유입 등 돈의 힘을 더 높이 평가하는 이들은 1,500선(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을 장담하기도 했다.
1,000?(이 센터장)
1,000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단 확률은 1할(최악의 경우 상정)로 줄어들었다. 대신 이 센터장은 새로운 박스(1,250~1,450)를 가능성 8할로 봤다. 누누이 강조했던 '상고하저'의 꼭지가 곧 올 것이란 주장도 했다.
이 센터장은 "저점 대비 30~40%면 충분한데 워낙 투자자들의 욕구가 거세 과하게 튀어 올랐다"며 "투자심리가 좋은 것 같아 좀더 오를 것 같지만 상황은 좋은 것 같지않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실적이 좋았다는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업종의 주가가 떨어지는 건 내용상 우량한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비관론자마저 지수 상승을 점치는 마당이니 추가 상승은 가능해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시점이 아니다'라는 공통된 시각도 간과해선 안 된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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