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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58> 종교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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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58> 종교의 자유

입력
2009.05.0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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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건립된 나라라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역사는 영국의 부패한 구교에 대항해 싸우다가 신대륙을 찾아 1620년 12월에 '메이 플라워'(May flower)호를 타고 뉴잉글랜드에 상륙한 필그림이 세운 '플리머스 콜로니'(Plymouth Colony)가 미국의 시작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새로운 기독교 국가 건설이었다. 미국을 기독교를 국교로 하는 나라로 만들려 했지만 종교의 자유를 부르짖는 독립 운동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미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못박게 됐다.

이로써 미국을 기독교 문명국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무산됐지만, 그래도 종교의 자유 안에서 기독교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떨치면서 미국은 기독교 신념을 주축으로 한 나라로 발전해 왔다.

기독교 신념이 점점 두터워지면서 미국은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전세계에 선교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특히 가난하고 미개한 나라를 상대로 선교 사업을 펼치면서 많은 젊은 선교사들이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죽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구한말 배재, 이화, 연희, 세브란스병원 등 신식 교육기관과 병원들을 설립하고 교회와 고아원을 지었다. 이들의 노력으로 한국은 손꼽히는 기독교 국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거꾸로 미국의 기독교는 세월이 흐르면서 힘이 약해졌다. 특히 수백만의 이민자들이 몰려 여러 형태의 종교가 퍼지면서 전통적인 미국의 기독교 문화는 상처 받기 시작했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에서까지 점점 교회를 등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실제 지난 20년 간 기독교인 수는 줄어든 반면, 무신론자의 수는 4배나 증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독교 원리에 대항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났고, 학교에서 기도시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God(주님)라는 말을 삭제하고 공립학교 교실 벽에 걸려 있는 예수의 사진과 십계명도 떼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종교적 강요는 역설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침범한다는 이유에서다.

나를 포함한 몇몇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이를 막기 위해서 'school prayer amendment' 법안을 내기로 하고, 나는 그 법안의 스폰서가 돼 통과에 앞장섰다. 2002년에 통과된 법안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 합중국 헌법은 어떤 형태의 기도를 하든지 막지 않을 것이며, 미 연방 정부는 어느 정부에서도 학교의 기도를 절대 항의하지 않을 것이며, 공립학교에서는 미 연방 정부나 어느 주 정부에서도 기도문의 내용을 작성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학교에서 기도시간을 허용해도 되지만, 기도는 각자 조용히 각자의 종교에 따라서 할 것이지, 기독교식 기도를 강요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는 학교 기도시간을 완전히 없애버리자는 강경책에 대한 절충안이었고, 다만 사립학교는 계속 기독교식 기도를 강요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은근히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기독교가 약해지고 무기력해진 데 따른 것이었다. 사실 기독교 자체 내에서도 문제가 많다. 빌리 그레이엄 같은 뛰어난 교회 지도자들의 힘이 빠지면서 기독교 TV설교자들의 스캔들이 터지고, 교회 안의 부패상과 분규 등이 저녁뉴스에 등장하면서 기독교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기독교계에서는 그 동안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행사해왔고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써 낙태와 동성결혼 반대, 그리고 공립학교에서의 기도를 강력히 주장해왔지만, 이제는 미국 자체가 다인종 다문화 다종교 사회로 변하면서 영향력을 잃었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동성연애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Don't ask, don't tell.' Policy (동성연애자라고 묻지도 말고 동성연애자라고 말하지도 말라는 정책)가 그것이다.

몰몬교가 미국에 들어온 것은 1830년쯤이다. 사실 몰몬은 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 day saints (말일성도 예수그리스도교회)로 불리었는데 이를 몰몬교 (Mormonism)라고 호칭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몰몬 근본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이 일부다처제란 사실이었다.

이들은 동부에서 기독교도들의 핍박에 못 이겨 서부로 가다가 사람이 가장 살기 어려운 환경을 지닌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에 정착했다. 이들 중의 영웅이 브링엄 영 대학을 설립한 브링엄 영이다.

한번은 뉴스위크와 타임 등 미국의 유명 잡지들이 특집기사로 몰몬 근본주의자들의 일부다처제에 대해 기사화 한 적이 있었다. 여러 페이지에 걸쳐 사진도 실었는데, 그 중 한 장의 컬러사진이 한 남자, 그것도 앞 이빨이 빠진 보잘 것 없는 남자가 6명의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부인들의 나이는 20~40 살 정도로 모두가 멋진 외모의 미인들에 체격도 섹시해 보였다.

이를 본 미국의 남자들은 茄?나도 그곳에 가서 몰몬교인이 되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그러자 정부가 나서서 일부다처제는 헌법에 어긋난다고 선언하고 이를 즉각 불법으로 선포했다. 한 남자는 오직 한 여자만을 선택할 수 있다는 판정이다. 문제는 부인이 6명인데 누구를 택하며, 나머지 5명과 그들에게 딸린 아이들을 내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왕에 이렇게 된 사람들은 내버려두고 이제부터 새로 시작하자는 법 소급 반대파들이 나왔지만 미인 부인 6명과 같이 사는 사진들을 보고 질투에 사로잡힌 남성 주 의원들은 끝내 반대했고 5년 안에 깨끗이 청산하라는 통지를 내린 것으로 기억한다.

이에 몰몬 다처주의자들은 미국 헌법 어디에 한 남자 한 여자라는 말이 있느냐고 항의하면서 미국 헌법에 보장된 가장 엄숙한 기본권인 신앙의 자유를 침범한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미 연방 대법원에 항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록 헌법에 명문화되지는 않았다 해도 헌법 정신에 일부일처제가 분명히 담겨 있기 때문에 종교도 헌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여섯 명의 부인을 둔 이빨 빠진 촌부가 과연 누구를 부인으로 택했는지 궁금했지만, 더 이상 이 문제는 언론과 미국인들의 관심과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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