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아자동차는 입이 귀에 걸렸다. 신차 쏘렌토 R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출시 한 달여 만에 5,700여대가 계약되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쏘렌토 R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탁월한 성능을 첫 손 꼽는다. 지난달 24일 제주에서 열린 시승행사에서 쏘렌토R은 놀라운 기동력과 세련된 스타일을 뽐냈다. 돌풍이 우연이 아니었다.
오라동에서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 리조트까지 총 80㎞를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된 시승행사에서 쏘렌토R의 구 모델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빗길 주행 테스트를 위해 굽은 길에서 과감한 핸들링을 시도했으나 미끄러짐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차체자세제어장치(VDC) 덕에 마치 바퀴가 도로를 움켜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세단과 같은 모노코크 방식으로 만들어져 차체 무게중심이 낮아지면서 경사 턱을 넘을 때도 큰 흔들림이 없었다. 동급 최고라는 200마력의 진가를 느껴보기 위해 페달을 깊게 밟자 낮은 RPM(엔진회전 수)인데도 강하게 치고 나갔다.
급가속을 반복했는데도 연료가 많이 소모되는 것 같지 않았다. 쏘렌토R의 연비는 리터 당 14.1㎞에 달한다. 디젤 모델이 시끄럽다는 편견과 초반 가속이 떨어진다는 인식도 깼다. 구 모델보다 길이(4685㎜)는 95㎜ 길어지고, 높이(1710㎜)는 15㎜ 낮아져서 그런지 주행 안정성도 좋았다.
다만 SUV 특유의 강한 힘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외관도 최근 트렌드를 따라가다 보니 쏘렌토 R만의 고유 색깔을 찾기 어려웠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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