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이 아직 베일에 싸여 있는 100만달러 사용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줄 핵심 참고인으로 떠올랐다. 건호씨가 미국 유학시절 주택을 마련하는 과정에 김 전 원장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자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100만달러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직속기관인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이 건호씨의 미국 생활을 일일이 챙긴 만큼, 100만달러가 건호씨 생활비 등으로 쓰였다면 노 전 대통령이 모를 리 없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은 2007년 6월 무렵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부터 "건호씨가 지낼 만한 집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 건호씨는 다니던 LG전자를 휴직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었으며, 월세 1,600달러(당시 환율로 160만원) 정도의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었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 실무자를 동원해 건호씨가 지낼 만한 거처를 알아봤고,그 결과를 정 전 비서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호씨는 이후 지난해 4월 기숙사에서 나와 실리콘밸리에 있는 월세 3,600달러(360만원)짜리 고급주택으로 이사했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이 정 전 비서관의 부탁을 받은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 100만달러를 전달한 것은 2007년 6월 29일이었다는 점에서 이 돈의 일부가 건호씨의 주거비용으로 건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시점을 전후로 권양숙 여사가 건호씨와 딸 정연씨에게 보낸 30만달러의 경우도 100만달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정황상 권 여사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 생활비를 송금한 뒤 박 회장한테 받은 돈으로 갚았거나, 박 회장한테 받은 돈의 일부를 직접 송금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은 지난 주 초 김 전 원장과 국정원 직원을 두 차례 불러 조사한 결과 "정황 증거보다는 좀더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은 아니며, 보고도 따로 올리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비서관에게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장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지시로 움직였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정 전 비서관조차 자녀 문제에 대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검찰의 의심은 이처럼 상식적이지만,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어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권 여사가 노 전 대통령 모르게 정 전 비서관에게 부탁해 김 전 원장을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다. 노 전 대통령 측도 "김 전 원장이 만약 그런 내용을 알아봤다 해도, 대통령에게 일일이 보고했겠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이 100만달러의 용처를 과연 어떻게 정리해서 검찰에 제출할지 주목된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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