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의 세계적 확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등 메가톤급 뉴스에 얹어 기획재정부는 얼마 전 297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경영실적과 정보를 공개했다. 이명박 정부 1년 동안에 진행된 공기업 선진화 성과를 알리려는 뜻이었겠지만, 내용은 정부조차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글로벌 불황으로 빚은 늘고 흑자는 크게 줄어든 반면 금융공기업등 주요 공기업 임직원들의 처우와 복지는 여전히 '딴 세상'이었다.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작년 한 해 16%나 늘어 320조원을 넘었고 당기 순이익은 1년 전의 절반도 안 되는 7조5.000억원에 그쳤다. 환율상승, 경기침체에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방만경영이 더해진 탓이다. 그럼에도 평균연봉은 5,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 올랐고, 특히 산업은행(9,270만원) 한국예탁결제원(8,990만원) 등 물 좋은 14곳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을 넘어 웬만한 민간기업의 임원급 수준이었다. 반면 연봉 4,000만원도 안 되는 곳도 40개라니 공공기관의 부익부 빈익빈도 날로 심해지는 느낌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올해 처음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거래소(옛 증권선물거래소)가 산업은행을 제치고 최고 대우 직장으로 꼽힌 사실이다. 임직원 700여명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691만원으로, 공공기관 전체 평균의 1.8배였다. 특히 이사장의 연봉 7억9,700만원은 기관장 평균(1억6,000만원)의 5배에 가깝다.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라는 별명 그대로다.
거래소는 "평균임금이 높은 것은 대부분의 직원이 상장ㆍ공시ㆍ파생상품 등 고급 전문인력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기관과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연봉 수준만 시비하는 것에 불만이다. 산업은행이 늘 해오던 소리다. 그래서 민간출자법인의 자율성과 자본시장 발전을 내세워 지금까지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해온 거래소의 속셈과 행태가 미덥지 않다. 시장이 나빴던 지난해에도 주거래소가 '귀족 처우'를 계속할 수 있었다면 증권거래 수수료가 대부분인 수익구조의 적합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공공기관 개혁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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