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부결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놓고 뒤늦게 '끼워넣기'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특정 재벌에 특혜를 주기 위해 원래 야당과 논의한 법안과 다른 내용을 집어넣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여야 합의로 해당 상임위를 통과했는데 끼워넣기가 무슨 말이냐"고 반박하고 있다. 본회의에서 부결된 이 법안을 놓고 여야가 진실 공방을 벌이는 이상한 형국이다.
금융지주회사법은 크게 2가지다. 당초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지분 한도를 4%에서 10%로 완화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여야 원내대표단은 30일 소유한도를 9%로 낮춘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발의한 또 다른 법안 내용이 슬그머니 합쳐졌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공 의원 안에는 보험 증권사가 지분비율 제한 없이 비금융권 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재벌 봐주기' 논란이 많았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5일 "법안 내용이 도중에 바뀐 것은 명백히 삼성그룹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공 의원 안은 27일에야 법사위에 넘어왔다"며 "5일 간 법사위 심사를 거치도록 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석 정책위의장도 "30일 여야 협상에서는 박종희 의원 안을 두고 논의한 것이지 공 의원 안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이 야당이 반대하는 민감한 법안 내용을 몰래 엎어서 슬쩍 처리하려 한 것"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문제 제기가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금융지주회사법은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여야가 2월에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며 "동일한 법안을 본회의에서 같은 날 처리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두 법안을 기술적으로 병합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법안을 제출한 당사자인 공 의원도 "형식적 절차보다는 여야 간 정치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는데 나중에 합의를 안 했다고 우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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