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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걸작 만화 '2001야화' 23년만에 한국 정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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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걸작 만화 '2001야화' 23년만에 한국 정식 출간

입력
2009.05.0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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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만화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 호시노 유키노부(星野之宣)의 <2001 야화>(애니북스 발행ㆍ전3권)가 한글로 정식 번역돼 출간됐다.

이 작품은 일본 후타바샤의 월간 '슈퍼액션'에 1984년부터 1986년까지 연재된 만화로 1990년대 중반 한국에서도 몇몇 해적판이 유통돼 인기를 끌었다.

호시노는 1975년 '강철의 퀸'으로 데뷔한 이래 '스타더스트 메모리즈'(1995),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1996) 등 정교한 과학적 고증을 바탕으로 한 장대한 스케일의 작품을 발표해 온 SF장르의 거장이다.

<2001야화>는 아랍 설화인 '천일야화'와 아서 C. 클라크의 고전 SF소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모티프를 결합해 만든 작품이다. 모두 20개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었는데, 20세기 말부터 약 400년에 걸친 근미래를 배경으로 인류가 우주에 찍는 발자국을 기록하고 있다.

연재가 끝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각 에피소드에 담긴 정밀한 과학지식, 우주를 향한 인류의 로망을 존재론적 사유의 지평에서 풀어내는 깊이는 여전히 미래적이다.

SF장르에서는 첨단 과학의 정교함과 현란함이 되레 장르적 한계가 되기 쉬운데, <2001야화>는 그것을 우주 공간에서의 인간 서사시를 펼치는 재료로 훌륭히 소화해 낸다.

예컨대 3번째 에피소드 '풍요의 바다'는 달의 광물자원 탐사를 소재로 삼아, 우주라는 광막한 공간에서 생명을 가진 존재를 그리는 인간의 근원적 고독감을 그려낸다.

8번째 에피소드 '악마의 별'은 작가의 인문학적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이 작품의 백미다. 이 에피소드는 밀턴의 <실락원> 을 주요한 모티프로 삼고 있다. 작가는 시공의 한계를 뛰어넘는 여행이 가능하게 되는 순간을, 낙원에서 쫓겨나는 인간의 원죄와 오버랩시키며 과학과 종교, 철학을 SF장르 속에서 용해시킨다.

1권은 인간이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로 도약하는 드라마의 서막, 2권은 광대무변한 우주 공간에서도 태초부터 저질러 온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한계, 3권은 기나긴 여정의 끝에서 다시 존재의 시원을 향해 회귀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담고 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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