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16일. 인터넷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주부 블로거들이 해군 부대를 방문, 급식 현장을 둘러본 뒤 올린 글 때문이었다. 식단과 재료, 조리과정, 위생시스템 등을 꼼꼼히 살펴본 주부들이 내린 결론은 합격점.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문제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노출된 이 글은 군대를 다녀 온 많은 이들로부터 비난을 받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믿을 수 없다' '쇼 하지 마라' '좋게 보이려 준비하는 데 병사들만 죽어났을 거다'…. 그날 동고동락 방문자 수는 무려 30만명에 달했다.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국방부의 정책홍보과 관계자는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최대한 해명을 하며 네티즌들을 설득하려 노력했다"며 "힘든 하루였지만 이 사건 이후 블로그의 인지도가 크게 상승한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군이 인터넷 블로그 전선(戰線)에 나섰다. 이미 상당한 전과를 올리고 있어 고무된 분위기다. 동고동락을 비롯해 국방부가 운영 중인 블로그는 3개. 지난해 8월 문을 연 동고동락은 국방부의 대표 블로그로 자리잡았다. 4일 현재 누적 방문자는 193만명. 민간 블로그와 견줘서도 발군의 성적이다.
블로그 7,200여개가 등록돼 있는 위젯에서 동고동락은 현재 누적랭킹 9위를 달리고 있다. 공군 대위와 블로그 기자 3명이 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현장감 있는 글을 올린다. 주 '고객'은 20대의 젊은 네티즌. 그만큼 젊은 취향에 맞게 사진과 만화 등을 최대한 사용해 친근함을 강조한다.
동고동락이 다소 가벼운 읽을거리 중심이라면 지난달 문을 연 '열혈3인방'(mnd-policy.tistory.com)은 정책 홍보가 목적이다. 타깃층 역시 30대 이상의 오피니언 리더다.
4일 정식으로 문을 연 '박대위의 말뚝 3년차'(captainpark.tistory.com)에서는 육군 대위와 대학생 기자들이 부사관, 여군, 군무원 등 다양한 직업군인의 세계를 취재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직업군인을 꿈꾸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블로그인 셈이다.
육군이 국방부와 별도로 지난해 7월부터 운영 중인 블로그 아미인사이드(blog.daum.net/armyinside)는 군 최초의 블로그다. 지난달에 누적 방문자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군이 블로그에 빠진 것은 인터넷 홈페이지의 한계 때문이다. 국방부 홈페이지 정보들은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한 정보 유통에 취약하다. 검색 첫머리를 장식하는 코너는 블로그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군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들이 유통되는 대부분의 공간도 블로그다. 그만큼 네티즌들을 상대로 하는 효과적인 정책 홍보 수단으로는 블로그만한 게 없다.
물론 정부부처에서 운영하는 '정책 블로그'로서의 한계는 존재한다. '자유로운 형식의 1인 미디어'라기보다, 정부 정책을 알리려는 목적이 강한 홍보 수단인 탓이다. 할 말을 다 하지 못하는 일도, 보여줄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으로 한창 시끄러울 때도 국방부 블로그들에는 이에 관한 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군에 복무 중인 연예인, 이른바 '연예병사'에 대한 글과 사진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군 입장에서도 흥행을 위해 꾸준히 연예병사의 신변잡기를 다룰 수밖에 없는 것도 한계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인터넷을 통한 소통을 통해 군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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