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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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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돌아오지 않는다

입력
2009.05.0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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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다-윤예영

달이 상자로 들어간다

상자에 불을 밝힌다

떠오른다, 검불처럼, 티끌처럼

달로 간다

달로 간다

달로 간 것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달맞으러 간단다

(쇠사슬을 끌고)

달맞으러 간단다

(발걸음도 가벼웁게, 달로 가는 길)

저마다 머리에 달을 이고

(프로메테우스도 아닌 것들이!)

정수리로 달을 밀어 올리며

(철그럭 철그럭)

달맞으러 간단다

(발꿈치를 조금, 아주 조금만 들고)

그곳으로 간단다

(쇠공이 발목을 당기는 힘으로)

● 정월대보름, 동네에선 짚으로 만든 달집을 태워 그 해 농사의 길흉을 점쳤다. 한밤중 사람들 몰래 달집으로 들어간 별 하나를 생각해 본다. 새로 산 전구가 상자 속에 가만히 들어 있는 것처럼 별은 얌전히 숨죽이고 집 안에 있었을 것이다. 어른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별은 그들과 놀고 싶어 점점 달아올랐으리라. 이윽고 별의 따뜻한 체온으로 집이 활활 타오르고 몸 안에 가득 찬 더운 공기 때문에 풍선처럼 가벼워진 별이 허물어지는 집을 딛고 하늘로 올라간다. 우와, 사람들의 환호 속에 오늘은 별이 가장 신나는 정월대보름. 서동욱(시인·서강대 철학과 교수)

● 윤예영 1977년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해바라기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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