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코올성 간염과 폐결핵을 앓고 있는 청각장애인 김기수(56ㆍ마천2동)씨. 같은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김씨의 아들 역시 식당에서 배달을 하다 지난 연말 실직한 상태다. 그나마 아내 박모(51)씨가 일주일에 한,두 차례 파출부로 나가고 있지만 세 식구가 생활하는 데에도 빠듯한 게 현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달 5,6만원에 달하는 가스요금은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 5개월째 가스요금이 연체됐고, 2개월 전부터는 가스마저 끊겨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 이미현(41ㆍ여ㆍ풍납2동)씨는 7년 전 이혼 후 중고생 남매와 살고 있다. 부동산 보조 일을 하고 있는데, 최근 거래가 신통치 않아 4,5개월씩 월급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1만원의 지하 방. 한달 평균 수입이라고 해봐야 60만원 안팎인데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전기(한달 6만원)와 가스(6만~10만원)요금 등을 2,3개월씩 연체하는 일은 어느새 일상이 돼 버렸다. 이씨는 "여기 저기 빚을 얻어 연체금을 갚고는 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의 한 자치구가 '에너지 나눔' 운동을 펼쳐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등 공과금조차 납부하지 못해 벼랑으로 내몰린 위기가정이 조금이나마 미소를 되찾아 가고 있다.
1일 서울 송파구청 강당. 구로부터 에너지 지원금을 받은 120가구는 모처럼 환한 미소를 띄웠다. 지원금을 받는 가정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가운데 도시가스, 전기요금 등 공과금 체납자들이다. 이들은 가구 당 10만원씩 1년 간 총 4차례 지원금을 받게 된다.
김영순 송파구청장은 "태양광 발전을 통한 에너지 나눔의 첫 결실이 맺어지게 돼 기쁘다"면서 "에너지 지원금은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경제위기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조치"라고 말했다.
이번 에너지 지원금은 송파나눔발전소의 첫 수익금으로 마련됐다. 2007년 12월 전남 고흥군에 완공된 나눔발전소는 태양광을 이용해 발생하는 전기량을 한국전력에 팔아 수익금을 조성하고 있다.
구는 나눔발전소 운영을 통해 15년 간 총 6억원의 수익금을 조성, 관내 저소득 가구의 전기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연간 400가구씩, 15년간 총 6,000가구에게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최모(45)씨는 "최소한의 공과금 조차 내지 못했는데 지원금을 받다 보니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됐다"며 웃었다.
한편, 나눔발전소의 올해 1~3월 총 발전량은 6만8,400kWh로 4,600만원의 수익금이 발생했다.
송파구 서범석 공보팀장은 "환경수익도 만만치 않아 이산화탄소 29톤 감축은 물론 1만440그루의 어린 소나무 묘목을 심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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