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 공교육 살릴 교과교실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 공교육 살릴 교과교실제

입력
2009.05.06 01:00
0 0

#1. 3교시 사회 수업 시간. 교실에 들어온 교사가 칠판에 학습 내용을 적고 설명한다. 학생들은 기록하기 바쁘다. 교사는 학생들이 이해했는지 여러 번 질문해 보지만 자발적으로 답하는 학생은 없다. 모두 시켜야 마지 못해 답할 뿐이다. 수업은 단조롭고 활발하지 않다. 4교시에 들어온 수학 교사의 수업도 비슷하다. 학생들은 한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는다. 수업 후 학습자료는 도서실에서 찾아야 하고, 수업 중에 놓친 내용은 다시 듣기 어렵다.

#2. 2교시가 끝나고 사회 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사회 교실로 이동한다. K교사는 준비해 놓은 다양한 수업 자료를 활용해 분위기를 띄우고, 수업 내용에 따라 발표, 소집단 수업, 역할 연기 등 다채로운 방식을 사용한다. 효율적인 수업 진행을 위해 좌석 배치도 달리 한다.

4교시가 되자 학생들은 수학 교실로 이동한다. 수학 교실은 학업성취 수준에 따라 3개 교실이 마련돼 있다. 교실마다 전담 교사가 있어 수준별 학습이 이뤄진다. 학습자료는 교과미디어센터에 주제별로 비치돼 있고, 수업 동영상 자료도 있어 수업 내용을 다시 들을 수 있다.

대표적 학교선진화 정책

두 장면은 전통적인 방식의 수업과 새로운 환경의 수업을 비교해본 것이다. 두 번째 수업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효과 높은 수업이란 무엇일까. 학생들이 재미를 느끼게 해 주고, 핵심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업, 다양한 방법으로 탐구력과 비판력, 상상력, 창의력 등 고등 사고력을 키워 줄 수 있도록 충실히 준비된 수업일 것이다. 그러려면 교실 수업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교실 수업 환경의 변화를 위한 핵심 방안은 '교과교실제' 도입이다. 교과교실제는 교과 담당 교사가 전용 교실에서 수업 DB를 활용해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은 교과자료센터에서 다양한 학습자료를 찾아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수업 환경을 바꾸고 지원하는 제도다. 교재와 교구는 전용 교실에 비치하고, 학교 운영도 학급 관리 중심에서 교과 수업 중심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교사는 전문적인 교과 수업 준비와 교재 개발에 전념하며,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행정 및 수업 보조 인력이 지원된다. 수준 높은 교사의 수업 지도와 학생 수준별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통해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해소되고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

교과교실제는 교육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학교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교과교실제는 7차 교육 과정이 개정된 10여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도입을 희망해왔다. 교과교실제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다양한 인적ㆍ물적 인프라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

교과 교육 운영에 필요한 전문 보조 인력이 지원돼야 하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수업 정보를 원하는 교사와 학생에게 서비스해주는 지원 인프라도 확충돼야 한다. 지역과 단위 학교의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 매뉴얼도 개발해야 하고, 단위 학교의 교과교실 운영을 컨설팅하고 지원하는 전문 지원 조직도 있어야 한다.

현장 반영한 실행 모델을

교과교실제는 교육 환경과 수업 방식, 교육과정 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학교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다. 교과교실제 도입을 계기로 기존 교육 운영 방식을 되돌아보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미래 교육이 다시 디자인되기를 기대해본다.

교과교실제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지원 요건을 주의 깊게 살피고, 지역 특성과 학교 실정에 맞게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실행 모델을 고안해야 한다. 현장 밀착형 교과교실제가 성공적으로 구축되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이 수반된다면 한국형 교과교실제는 '교육 신화'로 기록될 것이다.

박영숙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시설ㆍ 환경연구센터 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