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초연 성공으로,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이정표가 된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공연이 8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는다. 9월 23일부터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10개월 이상 장기 공연에 돌입하며 약 24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된다. 판매 부진 등의 이유로 크고 작은 공연 취소가 잇따르고 있는 공연 침체기.
'오페라의 유령'이 또 한번 뮤지컬계 변혁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까. 양준모ㆍ윤영석(팬텀), 김소현ㆍ최현주(크리스틴), 홍광호ㆍ정상윤(라울) 등 주요 캐스트 공개와 함께 최근 제작발표회를 가진 '오페라의 유령'의 관전 포인트를 2001년과 비교해 미리 짚어봤다.
■ 9차에 걸친 오디션 VS 6개월의 오디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세계적인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 연출가 해럴드 프린스가 손잡고 1986년 영국 런던에서 첫 선을 보인 뒤 1988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전세계 25개국 124개 도시에서 1억 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갈 만큼 유명하고 오래 공연돼왔지만, 이 작품엔 '팬텀은 마지막에 유령처럼 나타난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연기와 노래실력, 카리스마까지 갖춘 주인공 팬텀 역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2001년 한국 라이선스 초연 당시에도 팬텀을 찾기 위한 오디션이 무려 9차례에 걸쳐 열렸다.
하지만 1,000여명이 응시, 6개월 간 진행된 이번 오디션은 이런 속설을 깨는 동시에 달라진 한국 뮤지컬계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팬텀 역은 이미 올해 초부터 캐스팅 소문이 무성했던 '스위니 토드' '씨왓아이워너씨'의 양준모(29)와 초연 배우 윤영석(38)이 번갈아 맡는다. 여주인공 크리스틴은 이 작품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데뷔무대를 가진 김소현(32), 최현주(29)가 캐스팅됐다.
일본 극단 시키에서 '오페라의 유령' '미녀와 야수' 등 흥행작의 여주인공으로 활약한 최현주는 이번 무대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라울 역에는 홍광호(27)와 정상윤(29)이 선발되는 등 가창력 있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셈이 됐다.
특히 제작사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장기 공연으로 내년쯤 새로운 팬텀 발탁이 필요한 만큼 홍광호를 팬텀으로 세울 의지가 있다"고 밝혀 내년부터는 3명의 팬텀이 펼칠 연기 대결도 기대해 볼만 하게 됐다. 다만 설앤컴퍼니의 전작 '캣츠'가 그랬듯 캐스팅 공지를 미리 하지 않는 게 팬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 될 듯.
■ '어디든 나와 함께 해요' VS '언제나 어디든 영원히'
캐스팅과 더불어 관객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번역상의 변화다. 이번 공연은 2001년에 비해 한국 제작진의 참여도가 높다는 게 제작사 측의 얘기다.
한국 협력 스태프로 참여하는 이지나 윤정환(연출), 김문정(음악감독)씨 등은 지난 6개월 간 오디션 전 과정에 참여하는 한편 개사 작업에 큰 공을 기울였다. 예컨대 라울이 부르는 'All I Ask of You' 중 '어디든 나와 함께 해요, 크리스틴 바람은 그것뿐'은 '언제나 어디든 영원히, 크리스틴 내 바람 그것뿐'으로 바뀌었다.
■ 24만 VS 40만?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은 7개월간 객석 점유율 94%, 관객 24만 명의 기록을 세웠다. 제작사측이 이번 공연에 세운 목표는 손익분기점을 무난히 넘기고 4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것.
특히 마케팅에서도 이전 공연과 차별성을 보였던 '오페라의 유령'이 목표 달성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것은 브로드웨이에서 행해지는 '티켓가 시즌제'. 주중과 주말뿐 아니라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티켓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것으로 같은 좌석이라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최대 3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