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로 시작해 마음이 열린 주민들이 모여 꿈을 이루는 마을이 있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에 서울시가 배수지 건설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산을 지켜내는 과정에서 세상에 알려진 성미산마을이다.
2001년에 시작된 성미산지키기 활동은 시민참여의 본보기가 되어 지역공동체 설립과정에 구심력이 되었다. 산아래 성미길에서 산지키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모여 마을축제가 열리고, 협력의 가치를 아는 주민들의 참여와 출자로 형성된 생활공동체가 해를 더해가며 하나, 둘 도로변에 늘어나고 있다.
성미산마을의 생활공동체 중심에 있는 마포두레 생협은 건강한 생활문화를 일구어 나가기 위해 설립되어 친환경 생활재를 공급하고 있다. 3,0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되어 내년이면 창립10년을 맞는다. 작년부터는 이익을 내기 시작해 다른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을 고민하던 부모들이 나서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를 세웠다. 학교는 '스스로 서서 서로를 돌보는 사람'을 기르고자 하는 도시속의 생태학교로서 147명의 학생이 인지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자연 친화적인 삶을 배우고 있다.
성미산어린이집은 3-7세 대상의 공동육아기관으로 선생님은 교육을 출자하고, 27가구의 부모는 출자금을 내어 운영되고 있다. 입학을 위해 이사를 오기도 하고 대기자가 생겨나고 있다. 방과후학교도 생겨나 우리마을 꿈터에선 택견을 가르치고 각종 강좌가 열리는 동아리활동의 둥지가 된다.
주부들이 출자해 만든 반찬가게 '동네부엌'은 먹거리 안전을 지키고 있다. 명절과 집들이때엔 필요한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도 있다. 안입는 옷등을 '되살림가게'에 내놓으면 판매 값의 절반은 기증하고 절반은 지역화폐인 두루로 되받는다. 구매할 때는 물건값의 절반씩을 두루와 현금으로 지불한다.
가게안에 있는 '한땀두레'는 바느질소모임 어머니들의 솜씨로 가방, 이불,베개커버등이 만들어지는 일터이다. 카페 '작은나무'는 아이들의 달콤한 아이스크림 가게인 그늘나무가 변신해 어른들의 동네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간판과는 달리 누구라도 쉬어가는 큰나무 그늘이다.
소출력 라디오방송국 마포FM이 정부 지원금 중단으로 지난 3월 운영위기에 놓이자 주민들이 힘을 합쳐 온에어의 스위치를 켰다. 카페주인, 통장님 등 우리주변의 이웃이 게스트로 출연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연과 전시가 이루어지는 복합 예술공간 '성미산마을극장'이 지난 2월 개관했다.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건축해 입주한 나루건물의 지하에 천장 높은 소극장이 마을의 막내로 탄생한 것이다.
지역 생활공동체의 부화장이 된 성미산마을은 자신들의 꿈을 한껏 실천해가는 사람들에 의해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범마을로 지정됐다. 한 그루씩 심어진 생활공동체 조직이 탄탄한 뿌리를 내려 지금 성미길 주변에 공동체 숲이 형성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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