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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소의 항문에 바람을 넣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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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소의 항문에 바람을 넣는 아이들

입력
2009.05.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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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항문에 바람을 넣는 아이들,

저 아프리카 아이들,

두 팔을 나란히 벌려 소를 안고

바람을 분다

불씨가 인다

소의 내부로 흘러가는

아이들의 천진한 새

젖이, 한없이 흘러나와 풀밭을 적신다

하늘에 얼마나 많은 새들이 있었던가,

하지만 날개를 기억하는 새는 얼마나 희귀한가,

초원의 저 검은 태양들

소의 기생충이라 불리는 아이들,

발뒤꿈치에 날개가 돋는다

바람을 넣으며, 잉카제국의 후예들이

소와 함께 둥싯 떠올라 은하를 만든다

● 지구 남반구에 있는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이 소의 항문에다 바람을 넣어준다. 아이들의 숨결은 새가 되고 바다를 건너가 역시 지구 남반구에 있는 잉카제국의 후예들을 소와 함께 하늘로 떠오르게 하고 은하를 만든다.

소는 새가 된 아이들의 숨결을 안고 바다로 건너갔을 것이며 잉카의 후예들 역시 그 숨결을 안고 하늘로 올라갔을 것이다. 아이들의 숨결은 날개를 기억하는 새. 날개를 기억하는 희귀한 새.

소나 돼지나 하는 가축들과 직접 접촉해 본 적이 없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소나 돼지들이 사는 곳은 풀밭이 아니라 집단 생산을 할 수 있는 공장이고 현대인들은 소나 돼지를 만나지 않고 그들의 고기를 시장에서 만날 뿐이다. 고기일 뿐인 짐승들. 참혹한 현대에게 이 아름다운 시를 드린다.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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