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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 대지진 1주년…베이촨현을 가다/ 거대한 돌무덤 된 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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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 대지진 1주년…베이촨현을 가다/ 거대한 돌무덤 된 시가지

입력
2009.05.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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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탕자산(唐家山) 줄기 언색호(堰塞湖) 아래 자리잡은 분지 마을 베이촨(北川).

산사태가 마을을 덮치면서 땅 밑으로 꺼진 많은 건물과, 그 잔해 속에 아직도 방치된 수많은 주검들. 울퉁불퉁 갈라진 거리와, 거북이등 모양 갈라진 땅 틈새로 삐쳐 나온 나무 뿌리들…. 베이촨은 악몽과 같은 대지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거대한 지진 박물관이었다.

지난해 5월 12일 중국 쓰촨(四川)성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마을 주민 3만명 가운데 1만8,000여명이 목숨을 잃은 베이촨현은 지진 발생 1주기를 앞두고 고요한 정적에 싸여 있었다. 5월 1일 노동절 연휴 주말을 맞아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지만 출입이 제한돼 마을에서 5km 이상 떨어진 산 언덕에서 전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베이촨 현정부의 허가를 얻은 뒤 2차로 도로를 5분간 달려 마을에 진입했다.

산에서 굴러온 거대한 바위가 길을 막아 차 한 대만 겨우 지나갈 수 있었다. 길 옆에는 바위에 짓눌린 차량이 아직 널려 있었다. 원래 6층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3층까지만 모습을 드러내고 나머지는 무너져 내린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잠시 주위를 살피자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건물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한 주민에게 당시 상황을 묻자"지진과 함께 산사태가 나면서 옛 시가지의 5개 거리가 돌더미에 묻혔다"며 "이곳에 수 천명이 묻혀 있지만 시신을 발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진 당시의 충격으로 40도 이상 기운 베이촨호텔 건물을 지나자 '5ㆍ12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동포를 침통하게 추모합니다(沈痛悼念 5ㆍ12 特大地震 罹難同胞)'라고 쓴 현수막이 나타났다. 공동묘역이다. 산 밑에 자리한 아파트 건설용지로, 지진 직후 화장도 하지 못한 채 8,000여구의 시신을 묻었다.

학교가 있던 곳에 다다르자 마음이 더욱 아팠다. 거대한 돌덩이가 덮치면서 학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공부하던 400명의 학생은 바위 밑에 그대로 매몰됐다. 이곳이 학교였다는 깃발만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여덟 살 아들을 지진으로 보내고 슬픔을 견디지 못해 지난달 자살한 펑샹(馮翔) 베이촨현 당위원회 선전부 부부장도 이곳에 묻혔다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베이촨 시내의 광장에 도착하자 길을 걸을 수 없을 만큼 바닥에 균열이 많았다. 현정부 관계자는 "당시 광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갈라진 땅 바닥 틈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회고했다. 갈라진 땅 틈 사이로 유족들이 놓은 꽃다발이 눈에 띄었다. 시신도 찾지 못한 채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을 유족들의 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이 찡해졌다.

지진의 충격과 고통을 이겨내며 인근 4개 마을에서 살고 있는 베이촨현 이재민 6,000여명은 조만간 인근 안창(安昌)으로 집단 이주, 새로 조성되는 신도시 베이촨에서 살게 된다. 폐허로 방치된 기존 마을은 살아있는 지진박물관으로 보존된다.

■ "안전한 신도시로 7만명 통째로 이동"

"중국 쓰촨(四川)성 베이촨(北川)현은 2020년까지 인구 7만 명이 사는 안전한 신 도시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쓰촨성 청두(成都)시 도시계획관리국의 왕쑹타오(王松濤ㆍ사진) 기획관리 부국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 정부는 가능하면 베이촨현 원래 지역에 재건할 생각이었지만 부득이 도시 전체를 통째로 남동쪽인 안창(安昌)현으로 옮겨 12일께 신도시 착공에 들어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부국장은 지진피해지역 도시의 복구 건설을 위한 핵심 고려 사항으로 안전성과 경제성, 통일성 등을 꼽았다. 그는 "지진피해로 인한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과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또 다른 지질 재해의 영향이 없도록 하는 데 설계의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자되는 복구사업에 경제ㆍ효율성을 살리는 데 주력했고 농촌과 도시환경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통일성을 추구했다"고 강조했다.

왕 부국장은 "중국의 역사적 문화유산인 두장옌(都江堰) 재건에는 일본과 대만 등 전 세계 47개 기관과 공동으로 도시 재건설 계획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도시계획 방면에서 한국의 신도시 건설 경험을 전수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쓰촨성)=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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