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둘러싼 청와대, 한나라당, 교육과학기술부, 미래기획위원회의 혼선이 점입가경이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밝힌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 방과후 학교 영리기관 위탁 운영, 입시제도 개선 등은 교과부의 반대로 백지화하는 분위기다. 급기야 한나라당과 교과부의 6일 당정 협의가 무기 연기됐다. 교과부와 미래기획위의 대립으로 정부 최종안이 마련되지 않았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었던 만큼 당정 협의 무산은 당연한 귀결이다.
정책 혼선에 불안한 것은 학부모, 학생들이다. 수학ㆍ과학 가중치 폐지처럼 구체적인 입시 개선안까지 나왔지만 책임 있는 인사들마다 말이 달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설익은 정책 공개가 야기한 혼란은 주무 부처인 교과부가 나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과부는 사교육비 절감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내용에 대해선 "부작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시간만 끌다 흐지부지 끝맺으려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고질적인 관료주의의 전형이자, 곽 위원장의 말대로 '교육개혁의 걸림돌'임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 이것 재고, 저것 따지다 누더기 정책만 양산했던 과거 사례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곽승준 안'의 미흡함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국민들이 사교육비 절감 취지에 공감한다는 것을 교과부는 알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ㆍ비서관회의에서 언급한 대로 교과부는 '곽승준 안'을 검토해 비현실적이라고 판단되면 채택하지 않으면 된다. 대신 학교 교육을 살리고, 사교육비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곽 위원장이 나서지 않았다 해도 사교육비 절감은 교과부가 중점 추진해야 할 정권 차원의 약속이다.
이제는 월권 논란을 털고 청와대, 한나라당, 미래기획위와 긴밀히 협의하고 교육계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교과부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열린 마음으로 정책을 입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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