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기업과 부유층의 세금 탈루에 강력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 TV로 중계된 회견에서 "다국적기업의 조세피난처를 통한 세금회피와 미국 내에서 받는 부당한 세액공제를 막기 위해 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히고 계획대로 2011년부터 달라진 세법이 시행되면 10년간 2,100억달러의 세금을 추가로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국적기업의 세금 탈루와 관련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자리는 다른 나라로 옮기면서 세금 공제는 여전히 미국에서 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현행 세법은 다국적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미국에 들여오지 않는 한 그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쓴 해외 비용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 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세금 공제를 받기 위해 미국 100대 기업 중 83개가 조세피난처에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한 기업이 이런 자회사를 많게는 400개 이상 거느린 것으로 조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실을 들여오지 않고도 세금은 공제받을 수 있는 법의 허점을 고쳐 기업들이 해외에서 얻은 수익을 미국으로 들여오기 전까지는 각종 경비의 세액공제 혜택을 유보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세금 탈루 대책을 놓고 미국 언론들은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를 거느리고 있고 의회에 대한 영향력도 막강한 재계를 상대로 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강보험과 에너지 정책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원칙'이 얼마나 굳건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복잡하다. 세금에 의존하는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한 여론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중산층에 대한 감세와 세수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의회와 전문가들은 명확하게 반대하지는 않으면서도 이 조치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앨런 아우어바흐 버클리대 교수는 "다른 나라가 기업에 우호적인 세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미국이 세금을 강화하면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고 싶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막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은 "미국 경제에 어떤 충격이 있을지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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