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4일 당헌 당규를 개정해 현재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동반 선출 방식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ㆍ정ㆍ청 사이의 정책 엇박자를 예방하기 위해 정책위의장을 당 대표가 지명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개혁소장파 그룹의 전면 쇄신 요구를 비켜가기 위해 방어막을 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당헌 당규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2인 1조로 동반 선출토록 돼 있는데 지금 상황에 적절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선택의 폭이 불필요하게 제한될 수 있고, 병렬관계인 두 직책이 상하관계로 오해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그는 특히 "여당에서 정책위의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예를 들어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완화 방침과 관련해 불협화음이 나온 게 현 러닝메이트 시스템의 단점을 보여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희태 대표는 "민주당도 원래 우리식(동반 선출)으로 갔다가 정책위의장은 대표가 지명한다"며 정 최고위원의 제안에 무게를 실었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민감한 정책현안을 놓고 당정간 엇박자나 당내 갈등이 불거지는 걸 막으려면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한 최고위원은 "지도부 내에선 주요 정책을 두고 당ㆍ정ㆍ청 간 불필요한 이견과 갈등이 불거진 게 4ㆍ29재보선 패배의 핵심 요인 중 하나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부동산 관련 세제, 비정규직 관련 법 개정,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등 굵직한 현안이 나올 때마다 당정 간 파열음이 불거진 게 결과적으로 집권 여당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5년 당 혁신위원회가 원내정당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를 다시 대표 직할체제로 바꾸는 데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 상임위가 아닌 당론 중심의 국회 운영이 극한 파행을 가져온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ㆍ정ㆍ청의 전면 쇄신을 요구한 민본21 측이 지도부의 제안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당장은 "논의가 활성화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할 말을 하는' 원내대표 선출이 본질"(김성식 의원)이라는 원론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내부에선 "현 위기를 제도 탓으로 호도하려는 것"이라거나 "박 대표의 한계가 드러났는데 박 대표 체제에 힘을 싣자는 거냐"는 등의 반발이 상당하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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