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과 20년 후원자간의 어색한 조우가 이뤄졌으나 대질신문은 성사 직전에 불발됐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문제와 사건의 실체 확인 필요성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30일 밤 늦게 이들의 대질신문을 결정했다. 박회장은 검찰에서“노 전 대통령이 요청해 100만달러와 500만달러를 준것”이라고 진술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에서“내가 요청한 적이없고 박 회장이 가족에게 600만달러를 줬다는 사실은 퇴임 후에야 알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로서는 두 사람 중 누구의 진술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질신문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대검 청사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회장을 노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고 있던 11층 특별조사실로 불렀다. 박회장도 대질신문에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8년 국회의원 총선때 선거자금을 일부지원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이후 20여년간 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은 그렇게 검찰 조사실에서 어색하게 만났다.
그러나 검찰이 대질신문을 시작하려는 순간, 노 전 대통령측에서 강한거부 반응을 보였다.“ 대질신문까지 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에따라 검찰은 일단 대질신문을 유보하고 추가 논의 끝에 노 전 대통령측의 뜻을 수용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질신문을 거부했다는 사실 자체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유죄를 강조할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측의 의사를 타진하지도 않고 대질신문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해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10시 공개적으로“오후 11시부터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대질신문이 있을 예정이다”라고 밝혔지만 결국 허언이 됐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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