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이튿날인 30일 정치권의 들썩거림은 예상보다 덜했다. 0대5로 참패한 한나라당에서도, 수도권을 얻고 텃밭을 잃은 민주당에서도 별다른 후폭풍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기류가 오래 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여야 모두 재보선을 치르면서 계파 갈등의 골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조만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새 원내대표 선출과정에 돌입하면 지금의 '불안한 평화'는 깨질 여지가 높다.
■ 한나라당 - 안상수 등 3명 출마 의사… 親朴 러닝메이트 변수
한나라당의 4ㆍ29 재보선 참패는 21일로 예정된 원내사령탑 경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대표의 지도력 훼손, 민주당의 대여 공세 강화 등으로 당 안팎의 정치지형과 구도가 달라지면서 친이ㆍ친박 사이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질 수 있다.
현재 공개적으로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할 의사를 밝힌 후보는 안상수 정의화 황우여 의원 등 3명으로 모두 4선 의원이다. 안 의원과 정 의원은 친이계인데 각각 '강력한 추진력'과 '화합형 리더십'을 앞세울 만큼 개인적 성향엔 적잖은 차이가 있다. 황 의원은 중도파로 분류된다.
지금까지는 안 의원과 정 의원이 한발 앞서가고 황 의원이 쫓아가는 '2강 1중' 구도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0대5의 악몽이 현실화하면서 상황은 유동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우선 경주 재선거 결과를 친이측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안 의원과 정 의원의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재보선 기간 중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반감이 확산될 경우 안 의원에게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면 친이세력의 결집과 친박세력의 포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면 정 의원 카드가 급부상할 수 있다. 황 의원 역시 친이ㆍ친박 모두에게서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세 후보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 선정에 공을 들이는 것도 결국은 당내 세력구도 때문이다. 수도권 출신인 안 의원은 영남권 친박계 의원을 물색해왔고, 최근 3선의 김성조 의원과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출신인 정 의원도 진영ㆍ이성헌 의원 등 수도권 친박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낸 상태다.
물론 현재 구도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친이계에서 후보단일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데다, 당내 화합을 내세워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선호하는 의견도 여전하다. 여기에 당의 핵심 주주격인 박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의 구상이 엇갈릴 경우 판 자체가 완전히 새롭게 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정대 기자
■ 민주당 - 주류 김부겸 vs 비주류 이종걸 계파 대리전 전망
민주당에서도 원내대표 경선이 향후 당내 구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4ㆍ29재보선에 앞서 정세균 대표를 위시한 주류와 정동영 공천 불가피론을 주장한 비주류 간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어느 한 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았다.
때문에 수도권 승리를 강조하는 주류 측은 원내대표 경선 승리를 통해 현 지도부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이고, 호남 완패를 지적하는 비주류 측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복당과 함께 지도부 재편 의지를 다지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후보로는 주류 측에선 4선인 이미경 사무총장과 3선인 박병석 정책위의장, 김부겸 교육과학기술위원장 등이 꼽힌다. 인천 부평을의 승리를 이끈 3선인 송영길 최고위원도 출마를 검토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비주류 측에선 3선인 이종걸 의원과 이강래 의원이 뛰고 있다. 주류 측 후보들은 지난 공천 과정에서 정동영 배제론을 지지한 반면, 비주류 측 이종걸 의원은 정동영 공천 불가피론을 주장하며 이미 이른바 1차 정(丁)_정(鄭) 간 대리전을 치른 적이 있다. 이강래 의원은 당시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공천 불가피론에 섰다.
따라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도 정 전 장관의 복당 문제와 맞물려 2차 정_정 간 대리전으로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이종걸 의원이 소속한 비주류 측 모임인 민주연대와 국민모임은 정 전 장관의 복당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만일 이같은 구도로 경선이 진행될 경우 주류 측 후보 중 출마에 가장 적극적인 김부겸 의원과 정 전 장관 측의 지원을 받게 될 이종걸 의원의 대결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이강래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중립 입장을 고수, 정 대표와 정 전 장관 양측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약점이다. 하지만 공천 갈등 상황에서 중립 입장이던 의원들이 갈등 봉합을 원하고 있어 이 의원 측은 "양측을 중재할 수 있는 인물"이란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원내대표 경선이 정_정 간 대리전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결선 투표까지 가는 과정에서 대립 구도가 많이 희석될 수도 있다"며 "의원들이 공천 갈등과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쩝側?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15일과 19일 가운데 하루를 원내대표 경선일로 확정키로 했다.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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