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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펴낸 이삼성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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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펴낸 이삼성 한림대 교수

입력
2009.05.0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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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성(52)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가 기원전 10세기 서주(西周)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동아시아 국제관계사를 통시적으로 성찰한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한길사 발행)를 펴냈다.

동아시아사에서 노마드 세력의 중요성, 동아시아의 조공(朝貢)질서와 서구 식민주의의 비교 등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이 1, 2권을 합쳐 1,500쪽이 넘는 성찰의 결과물로 담겨 있다.

미국 외교를 전공한 국제정치학자의 책이지만 '위서' '자치통감' '삼국사기' 등 고금의 각종 역사서와 인문서를 바탕으로 삼았다. 고대 실크로드의 회랑인 중국 네이멍구의 오르도스 사막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는 이번 작업을 "근원에 대한 향수를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내 전공은 국제관계인데 20세기 동아시아 정치를 얘기하려니 그 기원이 되는 19세기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했어요. 19세기 이해도 그 이전 시대를 설명하지 않고는 불가능하죠. 결국 문명과 야만이 구별되면서 중화질서가 시작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됐습니다. '언젠가 우리 문명의 시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오랜 갈증도 있었고요."

이 교수는 이 책에서 '노마드'로 표현한 내륙아시아 북방민족 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중국을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여러 조각으로 구성된 문명 단위로 파악하고, 위만조선과 고구려를 포함한 내륙아시아가 동아시아 국제관계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논지를 편다.

또 1,000년 넘게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기본 골격이 된 '조공과 책봉(冊封)' 관계를 서양의 제국주의와 비교하면서, 이를 각국이 평화 속에서 비공식적 자율성을 유지한 '제3의 질서'로 규정한다.

"존 K 페어뱅크를 비롯한 대부분의 서양 학자들은 중국과 주변국의 관계를 독립국 간의 국제관계가 아니라 변형된 식민주의로 파악합니다. 위계질서가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죠. 베스트팔렌 체제에 의한 주권적 평등 관계와 식민주의 착취 관계로 철저히 이분된 세계사를 통과해 온 서양의 시각으로는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조공질서는 약소사회를 철저히 착취하는 식민주의와 달리, 내적 자율성이 보장되던 체제였습니다. 이를 제3의 질서체계로 규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교수는 동아시아 질서의 기본 골격을 중화제국과 북방세력 사이에 한반도가 낀 삼각 구도로 인식하는 고정관념도 깬다. '외세의 침탈과 그에 대한 민족항쟁'이라는 결정론적 도식은 전쟁을 필연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중화제국 외부 세력에 대한 타자화를 긍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한반도가 처했던 전쟁의 구도와 배경을 해석하는 한국 지식인들의 사유ㆍ행동 패턴도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세기에서 일단 멈춘 이 교수의 동아시아 국제관계 성찰은 집필 중인 3권에서 20세기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로 표출된 파시즘, 한국전쟁, 냉전체제로 채워진 이 시대를 '대(大)분단체제'라는 개념틀로 그려낼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냉전체제가 1, 2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과 소련이 주도한 나토체제와 바르샤바체제가 서독과 동독을 각각 흡수하면서 세계대전으로 인한 역사심리적 간극을 좁혔습니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는 냉전이 20세기 전반부의 파시즘과 결합되면서 그 간극을 오히려 더 넓혔습니다. 대만해협, 한반도를 경계로 미국과 일본 대 유라시아대륙이라는 거대한 대분단체제가 생긴 거죠. "

미국 예일대에서 미국외교정책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현대 미국외교와 국제정치> (1993) <20세기의 문명과 야만>(1998) <세계와 미국> (2001) 등의 책을 썼고 단재상, 한국출판문화상 등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한미동맹 이야기는 정작 이번 저술에서는 "4권을 쓰게 되면 그때나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 외의 책을 읽는 것이 취미생활"이라는 그는 "내가 발 딛고 있는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운명을 조망하고 싶은 욕구"를 숨기지 않았다.

"동아시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려는 갈증은 이 책 두 권으로 해소될 수 없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 갈증 자체의 빈곤을 반증하는 것일 뿐이겠죠. 이것은 단지 시작이며,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한 소박한 입문입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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