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경제위기가 미국인의 자신감을 크게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번 위기도 지나가기는 하겠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예측하긴 힘듭니다."
워렌 버핏이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 직후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훌륭한 운동선수처럼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덕담을 내놓았다. 하지만 곧 이어 내뱉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향후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 그의 속내였다.
2일 미국 네브스래스카주 오마하시 퀘스트센터는 전세계에서 몰려든 3만5,000명의 주주, 투자자,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자본주의의 우드스톡 축제'라고 불릴 정도로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열리던 버크셔 해서웨이의 금년도 정기 주주총회장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경기침체 때문인지 예년의 활기찬 모습은 찾기 어려웠고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주주총회가 열린 것이다.
버핏도 자신의 장기인 촌철살인의 유머와 낙관적 전망 대신 자책과 반성을 내놓았다. 석유업체 코노코필립스에 대한 투자시기를 잘못 결정했고 아일랜드 은행 2곳에 잘못 투자했다고 털어놓았다. 정크본드 신용에 연계된 파생상품에 투자해 수십억달러를 날렸고 2013년까지 손실이 이어질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런 실수로 지난해 버크셔의 이익은 전년 대비 62% 하락했고 올해 1분기 실적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주가 역시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39% 떨어졌다. 뉴욕타임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버크셔의 현재 주가가 내재가치 보다 크게 싼 것이 아니므로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답변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주총을 하루 앞둔 1일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진주만 폭격 상태는 지났지만 아직도 전쟁중"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78세인 버핏과 85세인 부회장 찰스 멍거의 후계자 문제도 관심을 모았다. 주총 참석을 위해 호주에서 온 마크 라비노프씨는 "이번 주총 참석이 열세번째"라면서 "누가 버핏을 대신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최근 버크셔의 신용도를 최고등급에서 한단계 낮추면서 그 이유로 '버핏의 고령'을 거론하기도 했다. 버핏은 "오늘 밤 내가 죽더라도 후계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2년 전부터 4명의 후보를 놓고 누가 적임자인지 저울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4명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버핏의 아들 하워드 버핏, 버크셔의 자회사 미드어메리칸 에너지 홀딩스 대표인 데이비드 소콜, 자동차보험사 가이코의 대표 토니 나이스리, 재보험 부문을 맡고 있는 아지트 제인 등을 유력 후계자로 꼽았다. 블룸버그는 만일 차기 회장이 외부에서 영입 된다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빌 게이츠는 블룸버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버크셔의 앞날에 대한 전망과 계획은 내가 최근 관심을 기울이는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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