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취임식에 대통령특사로 파견하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남아공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게 되면 대화도 하는 등 잘 알아서 대처하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및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남아공 및 엘살바도르를 방문하는 한나라당 의원 15명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접견 자리에서 홍 원내대표가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9일 제이콥 남아공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김 위원장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거기서 김 위원장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악수하고 얘기도 하는 등 아는 척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간다는 차원에서 홍 원내대표가 재량권을 갖고 김 위원장을 만나라는 게 이 대통령의 지침"이라며 "이 대통령이 별도의 구체적 지침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의 남아공 방문에는 김정권 이범래 의원 등이 동행한다.
이 대통령은 또 "초당외교를 위해 앞으로는 야당 의원들도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외국에 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
접견에 참석했던 허태열 최고위원은 "그동안 4강국 외교에 주력하느라 다른 나라들에 대해 좀 소홀한 측면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아세안과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외교에도 공을 들이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방침이었다"고 전했다.
허 최고위원과 조해진 의원은 태국ㆍ미얀마에 특사로 파견된다. 또 공성진 최고위원과 황영철 의원은 인도네시아ㆍ브루나이, 박순자 최고위원과 김영우 의원은 싱가포르ㆍ필리핀, 송광호 최고위원과 최구식 의원은 말레이시아ㆍ캄보디아,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과 정태근 의원은 베트남ㆍ라오스를 각각 방문한다.
이들은 내달 초 제주에서 열리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아세안 국가들을 찾는다.
한편 이 대통령이 10~14일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하는 길에는 한나라당 주호영 김학용 의원이 동행한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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