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긴 연휴가 시작된다. 메이데이를 시작으로 석가탄신일에 어린이날까지 빨간 날이 잇달았다. 방학이나 명절이 아닐 때 맞는 긴 연휴라 더욱 반갑다.
연휴 기간 제주로 가는 비행기 편은 이미 매진된 지 오래고 전국의 리조트와 호텔도 빈 방이 거의 없다고 한다. 미리 준비하지 못해 아이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이들을 위해 서울에서 가까운 가족 여행지를 충남 아산을 추천한다.
아산은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안에 닿는 거리라 당일치기가 충분히 가능하다. 운전이 힘들다면 KTX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고, 수도권 전철로도 갈 수 있는 곳이다.
마침 연휴 기간 아산에선 성웅 이순신 축제가 한창이다. 서울서 태어난 장군은 외가가 있는 아산에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32세에 무과에 합격할 때까지 장군이 심신을 단련한 곳이 아산이다.
아산 사람들은 진도 남해 여수 통영 등 전란을 치렀던 곳은 장군의 직장이었고, 글과 함께 활 쏘기와 말 타기 등을 익혔던 아산은 장군의 집이라고 이야기 한다. 장군의 표준 영정을 모신 곳도 아산의 현충사다.
제48회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는 3일까지 곡교천과 현충사 일대에서 펼쳐진다. 28세 때 무과시험을 보다가 말에서 떨어진 장군이 주변의 버드나무로 부러진 다리를 동여매고 다시 말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축제는 말을 타고 달리며 활을 쏘고 창을 던지는 무과 시험을 재연한다. 장군의 출정 행진, 국왕 친림 행사도 화려한 볼거리다.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여해’, 연극 ‘몸을 죽여 나라를 살리다’, 소리극 ‘이순신전’, 워터스크린을 활용한 ‘충무공 멀티미디어 쇼’도 볼 수 있다. 축제추진위 (041)540-2428
아산의 삽교천과 아산만 방조제가 만나는 귀퉁이의 야산에 예쁜 성당이 앉아 있다. 붉은 벽돌과 먹빛 벽돌이 대조를 이루는 공세리 성당이다. 지금 성당 주변엔 붉은 꽃사태가 났다.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울 때다.
이 터는 조선시대 아산 서산 한산 옥천 등 주변 40개 마을에서 거둔 세곡을 쌓아두던 공세창이 있던 곳이다. 이곳에 1895년 처음 한옥식 성당이 들어섰고, 지금의 건물은 프랑스 출신 드비즈 신부가 1922년에 지었다. 공세리 성당 (041)533-8181
공세리 성당과 멀지 않은 곳에 피나클랜드가 있다. 채석장 자락을 푸른 잔디밭과 연못, 꽃밭으로 꾸며놓은 공간이다. 메타세콰이어와 은행나무 길을 지나 오르면 6,600㎡의 경사진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다.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맘껏 뛰어다니고 뒹굴며 초록에 물든다. 공원의 상단부, 윈드밀 가든을 지나면 피나클랜드의 랜드마크인 거대한 은빛 바람개비, ‘태양의 인사’가 나타난다. 이 조형물은 일본의 유명 미술가인 신구 스스무의 작품이다. (041)534-2580
도고면 봉농리의 세계꽃식물원도 봄이면 화사하게 피어나는 공간이다. 2만6,000㎡ 유리온실에 1,000만 송이 이상의 꽃들이 꽃천지를 이루는 곳이다. 실내 온실로는 전국에서 가장 큰 전시장이다.
다른 공원들이 튤립으로 축제를 여는 요즘 세계꽃식물원에선 튤립 대신 백합 축제를 연다. 실내이다 보니 노지의 꽃축제보다 한 달 이상 빨리 꽃을 피워낼 수 있다. 아이들이 꽃구경에 지루해하지 않도록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허브 식물 ‘윌마’로 미로공원을 만들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했다.
손바닥에 모이를 뿌려 놓으면 앵무새가 날아와 앉는 앵무새 체험 공간도 있다. 이곳의 허브정원에선 맘껏 허브들을 만지며 허브가 피워내는 독특한 향을 만끽할 수 있다. (041)544-0746~8)
온양 시가지 재래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아산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온양1동 재래시장의 일명 ‘깡통골목’에 가면 전통 대장간을 만날 수 있다. 허창구(65)씨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운영하는 ‘창구 대장간’이다. 이글거리는 숯불에 달궈진 벌건 낫을 두들기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예전에는 온양시장 안에만도 6개가 넘던 대장간이 이제 이곳 하나만 남았다. 요즘엔 기계로 낫과 호미 등을 만들어낸다지만 어디 대장간 것에 비하겠는가. 쇠란 자고로 담금질을 거쳐야 단단해지는 법이다.
창구대장간 낫은 하나에 1만5,000원 정도. 전국 최고의 가격이다. 5,000원 하는 공장 낫과 크게 차이가 난다. 간벌을 주로 하는 전국의 산림조합들이 창구대장간에 낫을 대량 주문하는 것은 일생을 쇠에 바친 대장장이의 실력을 경험으로 믿기 때문이다. (041)545-6075
아산=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아산 성내저수지… 입맛 다시는 별미에 짜릿한 손맛 '황홀'
아산시 영인면 성내리의 성내저수지는 아산에서도 손꼽히는 낚시터다. 토하가 사는 맑은 물에 팔뚝만한 붕어가 뛰놀아 전국에서 강태공들이 몰려든다. 물가에 있는 '안골낚시터가든'은 이 성내저수지에서 잡은 힘 좋은 가물치 요리로 유명하다.
60~70㎝ 길이의 커다란 가물치에 비스듬히 여러 번 칼집을 내 양념을 채우고, 배를 갈라 인삼 등 한약재를 넣고 은박지로 몇겹을 둘둘 말아 익힌다. 내장은 빼내지 않고 함께 익힌다. 약한 숯불에 2시간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구워낸 가물치는 느끼한 기름은 다 빠지고 쫄깃한 살점만 남는다.
담백한 살점도 맛있지만 부드러운 내장의 맛도 일품이다. 푸아그라처럼 입에서 살살 녹는다. 가물치는 잡는 양이 많지 않고 요리 시간이 길어 최소 일주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한 마리면 네 명이 충분히 배부르다. 10만원. 붕어찜과 민물새우탕도 잘한다. (041)544-2369
장어로 유명한 아산시 인주면엔 장어촌이 형성돼 있다. 도고 인근에도 장어 요리를 잘하는 집이 있다. 도고저수지 바로 옆의 '예촌'이다. 달큰한 간장 양념의 장어구이도 좋고, 칼칼한 민물새우탕도 일품이다. 장어 1kg에 5만5,000원, 민물새우탕 4인 기준 3만5,000원. (041)544-8030
배방 신시가지에 있는 '조은한우'는 값싸게 질 좋은 한우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1등급 원 플러스 이상의 한우 등심과 갈비살이 600g에 3만9,000원이다. 서울의 이름난 한우집에 비해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다. 살치살 등 특수 부위는 100g당 1만원이다. 상차림 비용으로 1인 3,000원씩 추가된다. (041)546-7799
이성원기자
■ "온양 명칭 되찾자" 향토연구소 탄원서
1995년 충남 온양시와 아산군 통합과 함께 사라진 도시명칭 '온양'의 복원 움직임이 일고있다.
온양아산향토사연구소(소장 박노을)는 온양이란 명칭을 복원해야 한다며 최근 아산시와 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연초부터 3월까지 온양시 도시명칭 복원 서명운동을 벌인 향토사연구소는 여론조사 결과를 탄원서에 첨부했다.
탄원서에는 행정 명칭이 아산시 보다 온양시가 바람직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온양시를 고집할 경우 주민 간 소모적 갈등이 예상돼 아산시 명칭 앞 뒤에 온양을 합성해 사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박소장은 2007년 출향인사와 아산시민(통합 전 온양시민 50%, 아산군 50%)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 대다수의 시민이 온양이란 명칭 사용을 원했다고 주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52%가 온양시 명칭 복원을 희망했다. 22%는 아산시, 15%는 온양아산시, 11%는 아산온양시로 대답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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