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인플루엔자의 치사율은 생각만큼 심하지 않지만 앞으로 치명적 변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과학기자협회는 3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긴급 이슈 토론회 '돼지 인플루엔자(SI)의 과학적 실체와 대응방안'을 공동주최했다.
주제발표를 한 김철중 충남대 수의대 교수는 "이번 SI는 며칠만에 전 세계로 번지고 있어 4개월만에 퍼진 1918년 스페인 독감과 같은 놀라운 전파력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확진된 환자와 사망자 수로 보면 치사율은 2.6%(환자 273명 중 7명 사망)로 스페인 독감이나 사스(약 10%)보다 크게 낮다"고 말했다. 박승철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장도 "국가에 따라 치사율이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방역체계가 부실한 멕시코에서 조기에 항생제 처방이 안 돼 폐렴 등으로 사망한 사례가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멕시코발 SI는 H1N1형으로 분류된다. SI 바이러스에 있는 8개 유전자 중 HA유전자가 1형(총 16가지), NA유전자가 1형(총 9가지)이라는 뜻이다. HA유전자는 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로 침투하기 위해 사람 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는 역할을 하고, NA유전자는 사람 세포 속에서 증식된 바이러스들이 다시 옆 세포로 옮겨가도록 세포를 뚫고 나오게 한다. 박승철 회장은 "HA와 NA는 인플루엔자 감염의 열쇠와 같은 것으로 이 유형이 다르면 감염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래 사람에게 발병하는 H1N1형 인플루엔자도 있다. 하지만 같은 유형이라도 유전자 서열을 따져보면 이번 바이러스와는 큰 차이가 있다. 독감 백신이 이번 SI를 예방하는 효과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전파력 높은 SI 바이러스가 다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와 결합,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재편성될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현재의 S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 H5N1형 AI가 토착화한 동남아 국가로 번져간다면, 폭발적 치사율을 가진 유전자와 재결합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위험한 주변국을 지원하는 대책까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교수도 "현재 사람에게 퍼진 SI는 돼지나 조류 안에서 수십년 간 변이를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당장의 일은 아니겠지만 고병원성 바이러스와 만나면 전 인류가 우려할 만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돼지에게 많은 SI는 주로 H1N2, H3N2형이어서 현재의 멕시코발 SI가 국내 돼지를 숙주로 변종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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