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9재보선에서도 여론조사는 헛방이었다.
접전을 예상했던 인천 부평을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 10% 포인트 차이로 낙승했고, 대부분 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던 경북 경주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9% 포인트 차이로 여유 있게 당선됐다.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점쳤던 전주 완산갑에서도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18% 포인트 차로 완승했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더라도 모두 여론조사 예측치를 크게 벗어나는 결과다.
왜 이렇게 됐을까. 경주와 완산갑의 경우 유권자들이 정당은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후보는 그렇지 않다 보니 표심을 숨겼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지지하는 후보가 여당이나 주요 정당 후보일 경우 자신 있게 지지후보를 밝히지만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이른바 '침묵의 나선이론'이다. 여론조사에서 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선호는 과대 반영되고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무응답자의 선호는 과소 평가된다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최근의 사정정국이 이들의 침묵을 부채질했다. 민주당 지지자나 여권 내 반정부 성향의 유권자들로서는 이명박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참여정부가 도덕적으로 비판받는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재보선의 특성상 정권 심판론이 이들의 표심을 파고든 영향도 크다.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30일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은 심리상 더 정치적이고 전략적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라며 "여론조사가 이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재보선은 보통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실제 투표장에 갈 가능성이 많은 50, 60대 응답자의 가중치는 높이고 20, 30대 응답자의 가중치는 낮추는데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여론조사 결과가 어그러진 것이다.
부평을의 경우에는 GM대우 근로자들이 평소 일터에 나가 있어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장강직 더 피플 대표는 "보이지 않는 GM대우의 조직표가 5~7%포인트 정도 득표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보선은 선거구가 몇 군데 되지 않아 표심이 다른 지역과 연계돼 움직이지 않는 점도 결과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는 "대선 총선은 지역 간에 여론이 어느 정도 수렴하지만 재보선은 표심이 각각 독립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정한 추세나 경향을 발견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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