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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피델리오' 17년만에 국내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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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피델리오' 17년만에 국내무대

입력
2009.05.0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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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리오'는 베토벤이 남긴 하나뿐인 오페라다. 이 작품은 베르디나 푸치니의 인기 오페라에 비해 퍽 낯설다. 한국에서는 1962년과 92년, 딱 두 번 공연됐을 뿐이다.

62년은 독일과 한국 합작 공연이었고, 92년은 국립오페라단이 독일인 지휘, 연출로 했다. 이 작품을 무악오페라단이 7~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다. 지휘와 연출을 한국인이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피델리오'는 정치가 플로레스탄이 형무소장의 비리를 폭로한 대가로 불법 감금돼 죽을 위험에 처하자 아내인 레오노레가 '피델리오'라는 이름으로 남장한 채 감옥에 뛰어들어 구해내는 이야기다.

베토벤은 이 작품을 통해 자유를 향한 투쟁과 사랑의 위대함을 찬양하고 있다. 압제에 맞서 정의의 승리를 선언하는 작품 메시지와는 정반대로, 아이러니하게도 62년 한국 초연은 5ㆍ16 쿠데타 1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음악제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명작이지만 규모가 커서 제작하기 힘든 데다 대중적인 작품이 아니어서 외국에서도 자주 공연되진 않는다. 80명의 남성 합창인 1막 '죄수들의 합창' 등 합창단만도 120명이나 필요한 대작이다.

극적인 재미보다는 인간 정신의 승리라는 숭고한 미덕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베토벤은 이 작품을 10년 넘게 세 번 고쳐 썼고, 서곡은 네 번이나 다시 작곡했다.

음악사적으로는 독일 오페라에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와 베버의 '마탄의 사수'를 잇는 중간을 차지하며, 훗날 바그너의 오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국공립도 아닌 민간 단체가 이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오페라 편식이 심한 국내 풍토에서 흥행만 생각하면 못할 일인데, 인기작을 올리는 쉬운 길을 버리고 좁은 길을 택한 무악오페라단의 용기는 칭찬할 만하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2막 플로레스탄의 아리아, '세상의 아름다운 봄날에도'이다. 다가온 죽음 앞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아내를 그리며 부르는 영웅적인 노래다. 피날레 합창의 환희에 찬 장대함은 베토벤 교향곡 '합창'의 끝부분을 연상케 한다.

최지형이 연출하는 이번 공연의 레오노레는 소프라노 나경혜와 수잔 앤소니, 플로레스탄은 테너 한윤석과 스티븐 해리슨이 번갈아 나온다. 관현악 코리안심포니, 지휘 최승한. 문의 (02)720-3933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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