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ㆍ중ㆍ고등학교의 자율화, 다양화, 특성화를 향한 거센 물살 속에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관한 논의도 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려면, 창의적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학기술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글로벌 창의인재'의 양성에 달려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세계 각국도 이를 일찌감치 간파하고 창의인재의 양성을 위한 수학· 과학교육의 경쟁력 강화에 앞 다투어 나서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물리· 화학은 고교 핵심교과이며, 영국에서는 이공계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과학 고급과정을 이수해야만 한다. 일본도 '교육재생'과 '기초과학력강화' 대책을 수립하고, 수학과 과학 교육의 강화에 나섰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과 빌 게이츠가 나서 '초중등 수학ㆍ과학교육 강화'를 외치고 있다.
수학· 과학교육은 창의성의 발현에 주된 동기와 환경을 제공해준다. 세계적 심리학자 칙센 미하일의 '몰입적 접근'처럼 수학ㆍ과학교육은 '고되고 어려운 창의적 사고의 과정을 즐겨 지속하게 하는 동력을 주는 것'이다. 사실 수학· 과학은 어렵지만 꼭 해야만 하며, 또한 몰입을 통해 즐겁게 할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의 고백처럼 "자연의 신비를 이해하고자 하는 나 자신의 제어하기 힘든 갈구... 공부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는 그 일이 주는 즐거움"에 있는 것이다.
넓은 시각에서 보면, 일반 대중의 과학적 소양과 교육수준은 위기에 처한 문명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다. 저명한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아시모프는 소설 <밤이 오면> 에서 2,000년 만에 찾아온 어둠이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인류의 운명을 그렸다. 공상과학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가 제기한 지구온난화와 빙하기 도래, <코어(the core)> 의 지구 운동의 멈춤, <아일랜드(the island)> 의 인간복제 시대와 같은 위기가 언젠가 오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 까. 아일랜드(the> 코어(the> 투모로우(the> 밤이>
우리나라의 수학ㆍ과학교육은 교육철학과 인식의 부재, 과학교사의 퇴출, 공교육의 수학ㆍ과학교육 붕괴 등 악순환의 굴레에 얽매여 있다. 현재의 위기는 교육과정 자율화 과정에서 과도한 선택권의 폐해를 충분히 고려 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각박한 입시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당연히' 점수 따기 쉬운 과목에 몰렸고, 물리와 같이 '어려운' 과학과목은 기피되고, 물리교사는 퇴출되었다. 아이들이 올바로 성장할 수 있는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고 편식을 하도록 조장한 셈이다.
재작년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는 '아직 한국의 과학교육과 관련된 정책은 매우 소홀하며, 기존 교육과정의 과도한 선택과목제 채택에 따라 기초과학과 수학을 공부하지 않고도 대학에 갈 수 있는 제도가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뼈 아프지만 옳은 지적이다. 사이언스>
그러나 수학ㆍ과학교육 혁신을 외치는 일선 과학계의 목소리는 기존 교육과정의 형평성 논리에 매몰되어 '과목이기주의' 정도로 치부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국가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와 과학창의재단 및 관련 학회 등에서 '글로벌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수학ㆍ과학교육의 혁신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과연 이번 기회에 국가적 차원의 수학ㆍ과학교육 경쟁력 강화방안이 수립되고 실행될 수 있을까.
'과학강국'이 또다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학부모와 과학ㆍ교육계 및 정부가 함께 손을 잡고 창의적 패러다임 전환의 선도자로 나서 과감하게 수학ㆍ과학교육의 혁신을 추진하여야 한다.
김승환 수학ㆍ과학교육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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