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상가들이 디자인을 입기 시작했다.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모양의 밋밋한 육면체 외형을 벗어 던지고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운 외관이나 지역 이미지를 형상화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상가시설을 넘어 지역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때 상가 분양시장의 흐름을 주도해온 한방ㆍ애견ㆍ보석전문 등 '테마'형 트렌드가 요즘 '디자인'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분양을 시작한 서울 노량진민자역사가 대표적이다. 이 상가는 노량진 지역을 대표하는 노량진수산시장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해 항해 중인 배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거대한 배 모양의 외관을 한 민자역사가 완공되면 상가건물 자체로도 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자역사 건물 내 5,6층에는 길이 320m의 수로도 만들어진다. 점포만 들어서는 지루한 쇼핑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이용객들에게 볼거리와 휴식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앞서 최근 분양을 마친 인천 송도신도시 커낼워크도 780m에 이르는 스트리트형 상가 중앙부에 수로를 설치하는 독창적인 설계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복원된 서울 청계천의 축소판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통해 각종 전시회와 패션쇼 등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기획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럽풍 디자인 설계로 상가 분양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파비뇽 아울렛은 충북 청주와 경기 파주에 이어, 경기 평택에서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입점이 이뤄진 파주파비뇽의 경우 외관은 유럽의 성곽 모습을, 상가동 내부는 유럽 상업지 느낌의 디자인으로 조성됐다.
상가분양ㆍ정보 제공업체 상가뉴스레이다의 선종필 대표는 "기존 대형 쇼핑몰이 한방ㆍ보석 등 테마 위주로 분양에 나섰다면, 최근 대형 상가들은 집객력을 높여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ㆍ외부의 디자인을 차별화하고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불황으로 어려워진 상가 분양시장을 뚫고 나갈 돌파구이자, 새로운 트렌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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