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발언이 야기한 교육과학기술부와의 갈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다음달 6일 사교육비 절감 정책에 대한 당정협의가 열린다는 것은 정부 내 이견 해소의 신호로 보인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시각과 불만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곽 위원장은 "교육 관료들이 개혁의 걸림돌"이라는 입장이고, 교과부는 "비전문가가 너무 나선다"며 부어 있다.
갈등 잠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결과다. 이 대통령은 그제 수석ㆍ비서관 회의에서 "위원회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은 좋지만 직접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의되지 않은 정책을 섣불리 내놓아 정부 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 부통령'이라는 말까지 듣게 된 곽 위원장의 월권적 행태에 주의를 주고, 직무 활동 범위를 분명히 한 것이다.
곽 위원장은 설익은 정책 공개로 혼란을 초래한 책임이 크다. 대통령이 신임하는 참모라면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 교과부의 태도가 불만이라 해도 협의하고 설득해 완성된 정책을 만들어 내도록 음지에서 돕는 게 대통령 참모의 역할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공명심이나 업무 과욕, 개혁에 대한 조바심 때문에 일방독주 식으로 추진한다면 불협화음과 저항만 초래할 뿐이다.
그 피해는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 정책의 수혜자여야 할 국민에게 돌아간다. 청와대 참모와 각료 등 이 정권을 이끄는 인사라면 각자 위치에서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교과부는 갈등의 한 축으로서 '개혁의 걸림돌'로 비치는 데 대해 엄중한 자기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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