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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법부 진보성향으로 기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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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법부 진보성향으로 기우나

입력
2009.05.0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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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수터(69) 미국 연방 대법관이 은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후임 인선 권한을 갖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종신직인 미국 대법관은 현재 보수와 진보 성향 인사가 절묘한 수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인선이 향후 판결 성향과 오바마 정부의 사법정책을 예측할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은 수터가 대법원 회기가 끝나는 6월에 대법관직 사임을 희망하면서 후임 결정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뜻을 최근 백악관과 지인들에게 전달했다고 수터 대법관 측근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법원 대변인이 은퇴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수터가 자신의 후임자가 지명돼 확정될 때까지 현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지인들에게 몸이 아프거나 나이가 많아 불편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워싱턴 생활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자신의 고향이자 판사 생활을 시작한 뉴햄프셔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전 수터 대법관은 "오바마가 대선에서 이기면 은퇴할 것"이라고 친구에게 밝히기도 했다.

수터 대법관의 은퇴에 대비해 백악관은 후임자 물색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입장에선 15년 만에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할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후임 인사로는 9명의 대법관 중 홍일점인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에 이은 두번째 여성 인사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WP는 진보 성향의 엘레나 케이건 법무차관과 연방 항소법원의 소냐 소토메이어, 다이안 우드 법관 등 3명이 후임자 리스트의 꼭대기에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인사를 지명해도 당장 대법원의 이념 성향이 민주당 정부에 유리하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수터 대법관 역시 진보적 판결을 많이 내려 이번 인사가 '보수→진보' 교체보다는 '중도 진보→진보'의 성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수터 대법관은 1990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에 지명돼 공화당 성향의 보수 인사로 분류됐지만 1992년 여성의 낙태권 인정 판결 이후 줄곧 진보 진영의 손을 들어줬고 소수의견을 낸 적도 적지 않다.

현재 9명의 대법관 중 4명은 공화당 성향의 보수파로 분류되며 수터와 긴스버그, 스티븐 브레이어,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 등 4명은 민주당 성향의 진보로 간주돼 균형을 이루고 있다. 나머지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보수적 중도주의자로 거론된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2명의 대법관을 추가로 지명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이념 지형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최근 암 수술에서 회복한 긴스버그(75) 대법관은 80대까지 대법원에 남아있겠다고 밝혔지만 건강 문제로 자리를 뜰 가능성이 높다. 올해 89세로 최고령 대법관인 스티븐스도 갑자기 물러날 여지가 충분하다. 2명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색채가 더 강한 인사를 낙점할 경우 재판 결과에 유의미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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