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9재보선 이후 여당 거물들이 저마다 의미 있는 행보를 시작했다. 측근들과 외국을 찾기도 하고 개혁적 목소리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도 한다.'한나라당 참패'라는 재보선 결과를 나름대로 해석, 자신의 향후 구상과 결합시킨 결과다.
박근혜 전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 초청으로 5일부터 일주일간 방미한다. 북핵 문제 강연과 실리콘밸리 방문 등 일정은 평이하지만 측근 의원이 8명이나 동행하는 게 이채롭다. 박 전 대표측은 "국회 휴회로 다수 의원들이 함께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 박 전 대표 행보가 예사롭게 보일 리 없다. 재보선을 통해 정치적 위력을 입증한 뒤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을 두고'대권을 위한 스킨십 강화','대권 기초 다지기' 등의 해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5일 말레이시아로 출국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회 에 국제축구연맹 부회장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 행보는 귀국 이후에 방점이 찍힐 것 같다. 정 최고위원은 재보선 참패 다음날 "한나라당은 엉성한 친목단체 수준이다. 이번 선거 실패의 원인을 찾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반성해야 한다"며 자아비판 했었다. 앞으로 행보도 '비판'기조 아래 이어질 것이라는 게 측근들 얘기다. 한 측근은 "귀국 이후 당 소장파들의 쇄신 요구를 적극 담아내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전 의원은 대학강의로 국내 활동을 재개한다. 이 전 의원은 7일 모교인 중앙대 국제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동북아 평화번영공동체'에 대해 강의한다. 정치권에선 이를 정치재개를 위한 몸풀기로 본다. 재보선 이전부터 정치권에 떠돈 시나리오 가운데에는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 당 주류의 축, 이상득 전 부의장이 뒤로 빠지고 이 전 의원이 전면에 나설 것이란 얘기도 있었다. 이 전 의원으로선 10월 재보선 출마를 위해서라도 몸 만들기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틈만 나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해 온 김문수 경기지사는 4ㆍ29재보선 참패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최근"5대0으로 졌는데 (이 대통령이) 뭐가 성공했느냐. 대선후보 경선 때의 앙금과 후유증을 다 털고 통큰 행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 대화와 소통조차 안 되는 심각한 상태"라며 "이혼은 안 했지만 별거 상태로 서로 딴 곳을 보며'잘해 봐라'고 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지사는 이전에도 수도권 규제완화, 성남시 고도제한 등을 걸어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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