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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엄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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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엄마와 나

입력
2009.05.06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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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학교 때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들의 나이가 나이인지라, 넷이 만났는데 근래 몇 년 사이에 엄마를 잃은 친구가 둘이나 있었다.

한 친구는 여전히 엄마를 그리워하는 빛이 역력해 보였고, 다른 친구 역시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자신을 걱정하던 엄마 덕에 결혼도 결심하게 되고, 새로운 직장 생활로 안정적인 삶의 궤도로 전환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위의 두 어머니 모두 고통스런 병고로 돌아가셨는데, 딸들은 대개 이 기간이 오히려 엄마와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고 얘기했다.

작년에 뇌경색으로 80평생에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나의 엄마를 보면서, 나도 친구들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다. 이구동성으로 우리들이 한 얘기는 엄마와 나의 신체가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이었다. 병든 엄마를 씻기면서 처음 너무 늙어버린 육체에 놀라고, 다음으로 그 늙어버린 육체 안에 고스란히 담겨진 나의 육신을 확인하게 되는 경험들을 얘기했다.

다른 한편, 육체는 엄마의 그것과 꼭 닮았는데, 사실 엄마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있었다. 대개의 엄마들이, 특히나 내 세대의 어머니들은 희로애락의 표현을 잘 안 하시는 편이라 엄마의 심리상태를 알기가 어려웠던 게 가장 힘들었다는 얘기에도 공감이 갔다.

엄마도 원래는 아이었고 소녀였고, 여자였을 텐데 우리는 아는 것이라고는 엄마는 언제나 엄마였다 라는 사실이다.

동ㆍ서양을 막론하고 엄마는 언제나 엄마다. 문학 작품이나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들이 대개 그렇다. 작품의 형상화라는 것이 현실의 반영이라니 엄마의 모습은 대개가 그렇다 라고 말하면 그것도 사실이리라. 그런데 과거부터 최근까지 전복적인 엄마(여자)를 다루는 작품들이 꽤 있어왔다.

1950년대 만들어진 박남옥 감독님의 <미망인> 이라는 작품은 정말 충격이었다. 영화 전편에 아이를 사랑하는 게 당연히 보여지지만 자신이 원하는 남자와 살기 위해 아이를 시골에 맡겨버리는 일을 서슴지 않는 미망인의 모습이라니...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는 제목도 심상치 않았지만, 자신을 위해 일 년 동안 휴가를 내고 집을 나가는 엄마는, 엄마가 돼 보지도 못한 내가 다 통쾌할 정도였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도 우리가 알지 못하던, 알려고 하지 않았던 엄마(여자)를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여성 작가의 작품만 예를 들었다고 페미니스트 운운할까 봐 다른 작품도 몇몇 예를 들어본다. <경축 우리사랑> 이라는 영화도 충격적인 엄마의 사랑을 유쾌하게 풀어간 작품이었다. 러시아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어머니와 아들> 은 병든 엄마를 사랑스러운 아기 돌보듯 하는 아들이 바치는 완벽한 시 같은 영화였다. 위의 작품들의 어머니들은 엄마면서 여자이면서, 소녀이며, 동시에 아이 같은 모습이 있다

여전히 엄마가 궁금하다. 그건 결국 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육신을 베고 나와 자라나 죽을 때까지 엄마의 육신이 깃든 채 살아가면서 엄마를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아직도 철이 안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를 알아가는 과정은 꼭 연애 감정과 비슷하다. 내가 이렇게 하면 싫어하고, 좋아하고…. 엄마 눈에 들려고 노력하는 내 감정이 하루하루 달뜬 상태가 된다.

이미연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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